3개월이나 되는 미국 대학교의 긴 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있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9시까지 출근인 회사까지는 집에서 그래도 한 파라오 슬롯은 더 걸려서 가야 제 때 도착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씻고 준비한다. 전 날 아무리 많이 자도 매일 아침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건 졸려서 그런 것일까.
8:53 AM
"안녕하세요."
"네."
같은 팀 선배들과의 짤막한 대화로 하루를 시작한다. 본부 신제품 출시 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금은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들을 한다.
11:25 AM
"식사하러 가시죠."
우리 회사의 점심 파라오 슬롯은 공식적으로 1파라오 슬롯, 비 공식적으로는 1파라오 슬롯 반이다. 길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파라오 슬롯을 소비하는 나는 파라오 슬롯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점심 먹고 인터넷 좀 만하면 다시 일할 파라오 슬롯이 되어 있다.
6:00 PM
칼보다 더 날카롭게 퇴근.
지옥철을 타고 귀가한다.
약속이 없는 날엔 저녁 먹을 타이밍이 애매해서 대충 역 편의점이나 빵 집에서 끼니를 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