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일곱 살 된 골든레트리버에요. 이름은 하니. ‘달려라 하니’를 연상하면 돼요. 하지만 제 이름은 사실 ‘달려라 하니’랑은 별로 상관이 없어요.
‘벌꿀’을 뜻하는 영어 단어 ‘Honey’ 아시죠? 그 하니에요. 영어식으로는 ‘허니’라고 한다지만,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식으로 그냥 하니라고 불러요.
제 이름을 보고 혹시 제가 여자라고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에요. 저는 건장하고 핸섬한 남자예요. '견공계의 정우성'이라고 바카라 사이트가 말했어요.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럼 사진 보세요. 후훗!
어때요? 이래도 못 믿어요?
제 이름은 누나가 지어줬대요. 누나 이름이 ‘한나’인데, 이게 영어식으로는 ‘하나’라고 불린대요. 그래서 누나가 남동생의 이름이니, 자기 이름과 가장 비슷하게 발음되는 ‘하니’로 지었다네요.
바카라 사이트는 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약간 비음 섞인 소리가 돼요. 왜, 여자가 남편을 애교스럽게 부를 때 그렇게 한다면서요? ‘여보’ ‘자기야’ 그렇게요.
사실 바카라 사이트가 예전에 아빠를 부를 때 ‘하니’라고 불렀대요. 그러니 바카라 사이트가 저를 부를 때마다 예전에 아빠를 부르듯이 부른다고 해야 하나요?그런데 바카라 사이트는 딱히 그걸 의식하면서 부르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쨌거나 바카라 사이트가 저를 부를 때마다 저는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꽁지가 빠지라 흔들면서 바카라 사이트한테 가요. 바카라 사이트는 그런 제 꼬리를 ‘프로펠러’ 같다고 말하곤 해요.
제가 아까 ‘바카라 사이트가 예전에 아빠를 부를 때’라고 한 거 기억나시죠? 맞아요. 지금 우리 집에는 아빠가 없어요. 돌아가셨대요. 아빠가 독일인인데, 바카라 사이트 아빠는 영어로 말씀하셨대요.
제가 바카라 사이트 집에 간 것도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래요. 그때 바카라 사이트는 너무 슬퍼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대요. 누나랑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대요. 바카라 사이트는 어느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우울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아빠랑 예전에 한 대화를 떠올렸대요. “나중에 한나 졸업하면 우리 레트리버 한 마리 키우자”라고 아빠가 그러셨대요.
아빠는 양평에 집을 지었대요. 하지만 그때는 누나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형편인 데다 여행도 자주 했기에 개를 키울 형편이 못됐다네요.
그러니 누나가 졸업하고 나면, 양평집에 살면서 레트리버 한 마리 키우자고 한 거였죠.
그런데 갑자기 바카라 사이트가 아빠의 그 말을 떠올리면서 레트리버를 찾게 됐다네요.
바카라 사이트는 어느 웹사이트에서 제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너무 좋았대요. 시름이 한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네요. 어느 결에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해요.
그날이 아빠가 죽고 나서 처음 맞는 설날이었대요. 누나는 무슨 행사 때문에 학교에 가고, 바카라 사이트 혼자 ‘죽음’을 연상하면서 앉아 있었다네요.
바카라 사이트는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었대요.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어 “활짝 웃는 그 레트리버 있어요?”라고 물어봤대요.
그날 저녁 제가 바카라 사이트 집으로 갔어요. 작은 박스에 담겨서 오토바이 타고 갔죠.
사실 저도 그때 바카라 사이트 찾고 있었어요. 저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다른 남매들은 2개월 만에 전부 주인 품을 찾아서 떠났어요. 그런데 저는 2개월 반이 지나도록 아무도 저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대요. 저는 누군가 저를 데려가 주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
아시다시피 개들은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는 생활이 그렇게 달가울 리가 없었지요.
그런데 엄마가 저를 찾아낸 거죠. 유후! 아마도 제가 우리 바카라 사이트 만나기 위해 그렇게 오래 기다렸나 봐요.
제가 바카라 사이트 집에 도착하던 날이 생각나요. 저는 작은 가게의 케이지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이 저를 작은 박스에 담았어요.
그리고는 오토바이에 박스를 묶고는 한참을 달려갔어요. 추운 겨울밤이었지요. 저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떨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박스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더니, 제가 든 박스를 내려놓더군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어요. 호기심에 밖으로 얼른 나가고 싶었죠. 그때 누군가 박스를 열더군요.
그때 본 사람이 바카라 사이트였어요. 바카라 사이트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저를 보고 활짝 웃었어요. 그리곤 저를 안고 얼굴에 뽀뽀 세례를 막 퍼붓더군요.
지금까지 제 얼굴에 그렇게 뽀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저는 막 어리둥절했어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요.
제가 집안을 탐험하고 있을 때,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누나였어요. 누나는 저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어요. 저는 깜짝 놀랐죠. 저를 싫어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너무 좋아서 비명을 지른 거였어요. 그러니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아했다는 거죠.
그날 저녁 바카라 사이트와 누나를 앞에 두고 온갖 재롱을 다 피웠어요. 바카라 사이트와 누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지요. 제가 뒤뚱뒤뚱 걸어도 웃고, 발라당 뒤집어져도 웃고, 심지어 바로 앞에서 오줌을 싸도 웃었어요.
나중에 바카라 사이트가 말했어요.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로, 바카라 사이트와 누나가 그렇게 웃어 본 적이 처음이었대요.
그동안 두 사람은 서로 아빠 잃은 슬픔에 빠져서 웃기는커녕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네요.
그렇게 저는 바카라 사이트와 누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사랑의 메신저가 됐지만, 제 견생도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