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비친 전신 거울에 새 온라인 슬롯를 신은 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일 년째 미용실에 가지 않은 머리는 개성을 뽐내며 굽실거리고 그나마 넉넉한 상의를 입었다 생각했는데 배 때문에 조금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쇼핑몰 모델이 입었을 땐 넉넉했던 청남방은 타이트하게 몸을 가두고 있었다. 새 온라인 슬롯를 사면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집으로 갈 때는 택시를 탔다.
“촬영 원고 하나를 썼어.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온라인 슬롯에 올릴 원고는 못 썼다는 생각에 한심해졌어. 탄수화물을 줄이겠다 해놓고 오후에 밥을 두 번이나 먹었지.”
끝없이 이어지는 셀프 디스. 나는 더 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카레에 밥을 두 번 비벼 먹었다. 탄수화물은 왜 이토록 중독적인가. 밥솥 위 선반에는 160개 들이 믹스커피 박스가 놓여 온라인 슬롯. 믹스커피만은 끊겠다고 외친 지 한 달만에 재주문한 맥심 화이트골드였다. 밥을 먹고 따뜻한 믹스커피를 마시면 천국이겠지. 아는 맛이 무섭다고, 상상은 0.000001초도 안돼 믹스커피의 맛을 떠올렸다. 그래도 커피는 등원 후에 마시는 게 꿀맛이다.
아이들이 등원한 다음,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새 온라인 슬롯에 축축한 흙이 묻을까 봐 조금 걱정스러웠다. 점원의 말대로 걷기 좋은 온라인 슬롯가 확실했다. 전에 신던 온라인 슬롯보다 가벼웠다. 걸을 때는 레드벨벳의 신곡을 듣고 싶었는데 아이팟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을 들었다.
오늘도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저녁에는 샐러드를 먹을 거라 다짐한다. 다음 날 눈 떴을 때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을 상상하며 기분 좋지만, 잘 먹고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난다고 해도 나를 아주 미워하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