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파라오 슬롯 누구, 여긴 어디?
인간이 만들어 준 슬픈 운명
사설 동물원 담장의 허술한 부분을 뛰어넘어 탈출에 성공한 얼룩말이 있다. 그래 일단은 좁은 우리를 벗어나 파라오 슬롯로든 갈 수 있으니 그건 다행이라 해두자. 하지만 위험한 차도를 지나 그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막힌 길 앞이다. 유전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을 질주의 본능을 채우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주택가 골목 끝에 멈춰 서있을 뿐이다.이 아름다운무늬의생명체는어쩌다 조상 대대로 살아왔을 초원이 아닌 곳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을까?


이로부터 1년 후 이번에는 생태체험장을 파라오 슬롯한 타조가 경기도의 어느 도로를 달려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이 친구 역시 도심 속 차도가 아닌 평야를 달려야 마땅할생명체임에틀림이없어보인다.그러고 보면 이런 파라오 슬롯 사건은 심심치 않게 접하는 뉴스라는 걸 알게 된다. 도살장으로 향하던 트럭에서 파라오 슬롯한 황소가 순간의 자유를 누리며 차도에 서있던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무사히 포획했다는' 후속 기사를 보며 서글프고도 아이러니한 감정에 빠지기도 했다. 파라오 슬롯에 성공했던 죽음을 앞둔 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간의 시각에서야 안전하게 소를 잡아야 했겠지만, 도로에서건 잡혀서건 소를 기다리는 건 살고 싶은 본능과 자유를 지켜주지 못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육장에서 태어난 곰은 평생을 철장에 갇혀 인간의 몸에 좋은 웅담즙을 채취당할 목적으로 사육된다고 한다. 그 지옥을 벗어나고 싶어 사육장을 파라오 슬롯했던 사육곰 또한 당연히 파라오 슬롯에 실패하고 만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인간은 이들을 상품화시키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체험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모으고 즉석에서 채취하게 하는 잔혹한 짓을 사업과 연결시킨다니, 참으로 무섭고 야만적인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을 걸로 짐작되는 게 '돌고래 타거나 만져보기' '조랑말 타기'가 있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태로 몰기 위해 소를 굶기고 학대하다 싸움을 시키는 '청도소싸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청도 소싸움의 장면 사진은 그 잔혹함에 차마 보기가 힘들 정도다. 태생이 유순하고 복종적인 초식파라오 슬롯이자 포유파라오 슬롯인 소를 먹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착취하는 이것은 '학대비즈니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