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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회귀 29- 카지노 꽁 머니 근성

기남의 말을 다 들은 연주가 무심하게 말했다.


“이번에도 내 말 안 들을 게 뻔한데 말려봤자지. 안 그래?”

“어? 그럼 허락해 주는 거야?”

“당연하지! 내 남편은 정의의 사도니까!”

“아, 연주야! 정말 한시름 놨다! 나 정말 고민 많이 했거든.”

“왜? 나 때문에?”

“당연하지! 내 아내는 소중하니까!”


둘은 가끔 이렇게 말장난하는 걸 즐겼다.

연주가 기남의 말에 곱게 눈을 흘기며 덧붙였다.


“정말 위험한 거 아닌 건 맞는 거지?”

“그렇다니까. 내가 위험할 일이 전혀 없어. 난 그냥 가스 점검하라고 닦달만 하면 되니까.”


연주가 잠깐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닦달한다는 거지?”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

“그게 뭔데?”

“그것까진 말하기 좀 그렇고... 일단 날 믿어!”


카지노 꽁 머니 하기 싫지만, 일종의 꼼수를 부리기로 했다.

카지노 꽁 머니에게 부탁해 카지노 꽁 머니 큰 형과 대학 동기동창이라는 가스공사 이사장과 밥 한번 먹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가스공사 이사장을 만나 아버지 사업을 청탁하는 척하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사안들을 건의할 참이었다.

얼마 후 카지노 꽁 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남아! 우리 형이 좋단다! 유명 기획사 대표님께서 제안하시는 건데 거절할 수 없다면서. 흐흐.

<그래? 잘됐네. 분명 가스공사 이사장님께서도 나오시는 거겠지?

<그럼! 형이 일단 다 어레인지하고 연락 준다고 했어.

<그래. 장소는 좋으신 데로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려. 그리고 너도 나올 거지?

<나까지?

<당연하지 인마! 지난번에 애써준 것도 있고, 당연히 너도 같이 해야지.

<그럼 그럴까? 근데 너 원래 누구한테 청탁하고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웬일이냐?

마침내 식사 자리가 마련된 한정식집 앞에 도착한 카지노 꽁 머니 숨을 가다듬었다.

부디 일이 성사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면서 카지노 꽁 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방에는 네 명의 자리가 정갈하게 마련돼 있었다.

통창 너머 단정하게 조경된 뜰채가 보였다.

잠시 후 카지노 꽁 머니가 형님과 이사장을 모시고 안으로 들었다.


“어, 벌써 와 있었네!”


카지노 꽁 머니의 말에 기남은 정중하게 그들을 맞으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초대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지노 꽁 머니 형은 호감형이었다.

카지노 꽁 머니 말대로 놀기 좋아하는 한량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반면 가스공사 이사장은 대단히 엄격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그건 첫인상만을 봤을 때 해당 되는 거긴 했지만 어쨌든 그래 보였다.

넷은 착석했고, 가벼운 담소를 이어갔다.

잠시 후 서빙을 해주는 도우미가 들어왔고, 또 잠시 후엔 주방장이 특별식이라는 걸 들고 직접 내실을 찾았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곳 주방장을 맡고 있는 김 XX라고 합니다.”

“멋진 곳입니다! 음식 또한 기대해도 되겠죠?”


역시 카지노 꽁 머니 형이 호탕하게 말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가스공사 이사장이란 사람은 말없이 그저 은은한 표정을 유지했다.

주방장이 음식을 앞에 놓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산지 직거래한 곳에서 방금 받은 걸로 만들어봤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아, 뭘 이런 것까지~ 감사합니다! 잘 먹죠!”


이번에도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맞장구를 쳤다.

주방장이 나가고 서빙 도우미가 음식을 나눠 각자 접시 앞에 내놓았다.

음식 맛을 본 카지노 꽁 머니가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와! 훌륭한데요?”

“그러네! 여기 처음인데 기대 이상이네!”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동의를 구하는 듯 가스공사 이사장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지난번 왔을 때에 비해 더 낫군! 아무래도 유명하신 분이 오셔서 그런가?”


기남을 의식하는 듯한 말이었다.

카지노 꽁 머니 예를 갖춰 말했다.


“제가 신경 좀 써달라고 미리 언질을 넣어두었습니다.”

“그래요? 어떤 언질이었죠? 허허.”


가스공사 이사장이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중요한 미팅이라고 했죠.”

“아, 그래요?”


다소 실망한 빛을 보이며 가스공사 이사장이 먹기를 계속했다.

그때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나섰다.


“근데 말이요. 참, 동생 친구니 말을 좀 낮춰도 되겠소?”

“아, 물론입니다. 편안하게 말씀 낮추십시오.”

“그럼 그럴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보자는 식으로 카지노 꽁 머니 형이 편한 자세를 취했다.


“거기서 나오는 노래 나도 좀 들어봤는데... 너무 젊은 애들 취향 일색이더란 말이지.

우리 같은 노땅들을 위한 노래도 좀 만들어주면 좋을 거 같은데.”

“네. 명심하겠습니다. 일단은 트렌드에 맞추고 있습니다만 좀 더 회사가 안정권에 들게 되면 여러 장르를 고려해 봐야죠.”

“돈 되는 거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요? 허허.”


가스공사 이사장이란 사람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뭐 그것도 무시하지 못하긴 합니다. 하하!”


기남이 솔직하게 말을 잇자, 가스 공사 이사장과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때를 맞춰 카지노 꽁 머니가 입을 뗐다.


“내 친구라 그런 게 아니라 이 친구는 기업 윤리 하나 똑 부러집니다.”

“기업 윤리?”


가스공사 이사장이 역시 궁금하다는 식으로 물어왔다.


“아까, 말로는 트렌드 맞춘다고 했지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죠. 강력한 메시지도 전달하면서요.”

“강력한 메시지라...”


이번에도 가스공사 이사장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그 메시지라는 게 우리 같은 사람 들어보라는 그런 얘기 말하는 겁니까? 뭐라더라? 카지노 꽁 머니 의식이라고 하던가?”


어법은 최대한 예를 갖췄지만, 가시가 돋친 말이었다.

카지노 꽁 머니 자기 철학을 논하러 나온 자리가 아니기에 최대한 자길 낮춰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말씀드렸다시피 경제적인 걸 무시하지 못하다 보니”


그때 눈치 없게 카지노 꽁 머니가 또 끼어들었다.


“아니 너 왜 그렇게 말해! 그게 아니잖아!”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눈치 있게 매듭짓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어색해졌을 것이었지만 다행히 그가 호탕하게 화제를 돌렸다.


“우리 반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남 대표?”

“네. 좋습니다! 뭘로 할까요?”


집으로 돌아온 카지노 꽁 머니 고민에 빠졌다.

사고를 막기 위해 이사장까지 만나 애써봤지만, 결과는 미지수였기 때문이었다.


***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카지노 꽁 머니 형이 기남을 불렀다.


“저 친구가 좀 그래.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꼬이고 막히고 그런 부분이 있지. 너그러이 이해해.”

“아닙니다! 형님께서 오늘 애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나야 밥만 잘 얻어먹었지.”


그때 화장실에 갔던 카지노 꽁 머니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니 가스공사 이사장인가 뭔가 하는 인간 왜 그 모양이야, 형? 학교 때 그 사람하고 친했어?”

“친하긴. 그때 걘 공부만 그저 파느라 친구들 얼굴 기억하는 애 한 명 없을 거다.”

“그래? 어쩐지. 사회성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더만! 지 말만 말이라고 여기고 말이야.

쯧쯧. 저런 사람이 이사장이라니. 아랫사람들 많이 힘들겠다.”

“그래도 성공했지. 공기업 최고까지 됐으니.”

“암튼 난 저 사람 정말 맘에 안 들던데 기남이 너는 그래도 잘 참더라.”


카지노 꽁 머니 말에 기남이 그냥 웃어넘겼다.


“공사 이사장이 뭐 그렇게 대단한 건가?”


카지노 꽁 머니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했다.

그때 카지노 꽁 머니 형이 어렵게 다시 입을 뗐다.


“이런 말 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저 친구가 다음엔 술 한잔했으면 하는 거 같던데.”

“뭐? 술?”


카지노 꽁 머니가 소릴 높였다.


“혹시 딴 거 기대하는 거 아니야? 연예 기획사라고 하니까 뭐 여자라도 소개해 달란 그런!”

“그게... 나도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긴 했어.”


카지노 꽁 머니 형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카지노 꽁 머니가 다시 열난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기남아! 관둬라! 가스 배관 매립공사 해서 얼마나 번다고? 네 아버님 사업체 탄탄하신데 그거 안 해도 문제없잖아?”

“내 생각도 그렇긴 해.”


카지노 꽁 머니 형도 동감을 표하며 한 마디를 보탰다.


“쟤가 학창 시절엔 죽어라 공부만 하더니 다른 애들 말에 의하면 여자를 그렇게나 좋아한다네? 나만큼이나! 허허.”


그 말에 기남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카지노 꽁 머니 형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술이라고 했으니 일단 술자리 한 번만 더 만들어주세요. 그다음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형님!”

“어? 그 말은...”

“아니! 기남이는 그럴 사람 아니야, 형! 쟤만 그냥 믿으면 돼!”

그리고 며칠 후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가스공사 이사장은 기대에 한껏 부푼 얼굴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룸살롱의 한 방으로 안내된 그가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룸을 보더니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바쁜 사람 오라고 하더니 뭐 하는 겁니까?”


기남이 무슨 소린 줄 모르겠단 표정으로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이 사람아! 술이라는 게 꼭 술만을 말하는 건가? 답답하긴!”

“네?”

“사업하는 사람이 이렇게 답답해서야! 연예인들 다루는 사람 맞아?”

“??”


기남이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카지노 꽁 머니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변하지 않은 태도와 목소리로 기남에게 호통쳤다.


“당신! 나한테 청탁하는 사람 맞아? 날 만만하게 봤나 본데”

“무슨 말씀이시죠?”

“가스 배관 매립 공사? 그리고 자네가 주택가에 가스공급 기지 놓는데 보태준 거 있어?

그리고 배관을 얕게 묻던, 깊게 묻던 뭔 상관이야? 안전 점검 인원을 늘려?”


그가 앞뒤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흥분했다.

카지노 꽁 머니 공기업 수장이란 사람의 수준에 기가 막혔다.

다른 방법을 간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카지노 꽁 머니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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