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사이트 도어록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바카라사이트 한 달에 두어 번 우리 집에 들르고 있다. 주로 반찬을 가져다주러 오는데 그 반찬들은 먹을 때도 있고 버릴 때도 있다. 필요없다고 말하는데도 바카라사이트 꼬박꼬박 우리 집에 들러서 냉장고를 채워줬다. 관심은 고맙지만 때로는 귀찮다. 내 집에 누가 들어오는 것도 싫고, 음식물 쓰레기도 결국 내가 처리해야 하므로.
바카라사이트 옷을 벗어 소파에 놓고 쇼핑백 안에 있는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떡, 생선구이, 멜론, 마카롱. 가게 일도 바빴을 텐데.
“뭐하러 와. 가게도 바쁜데.”
“올 만하니까 오지.”
바카라사이트 제기를 더 꺼내 자기가 가져온 음식들을 하나하나 얹었다. 그간 제사를 열심히 지냈다더니. 내가 뭘 알려주지 않아도 바카라사이트 알아서 척척 음식을 올렸다.
젓가락으로 놋그릇을 울리고 향 앞에 섰다. 나는 바카라사이트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향 위에 돌렸다. 내가 절을 두 번 반 한 후에는 바카라사이트이 잔을 들었다. 바카라사이트도 내게서 술을 받아 돌린 후 절을 했다.
“이것도.”
나는 잔을 들고 지석에게 콜라 캔을 건넸다. 바카라사이트 콜라 캔을 따 잔에 부었다. 나는 콜라가 든 잔을 향 위에 돌리고 잠시 제사삿을 바라봤다. 잠시 후, 지석도 내게서 콜라를 받고 묵념했다.
“아, 맞다.”
나는 허둥지둥 부엌으로 가 사발면을 뜯었다. 수프를 넣고, 물을 붓고, 적당히 내용물을 잘 섞어 콜라 잔 옆에 두었다. 음식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라면 냄새가 모든 향을 압도했다.
10분 후, 우리는 초와 향을 끄고 병풍을 접었다. 우리는 상만 끌어내 거실 한가운데에 두고 음복을 했다. 바카라사이트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목 근육을 풀었다. 요즘 바쁘다더니. 바카라사이트 최근 다른 지역에 점포를 하나 더 냈다고 했다. 그래서 제수씨랑 요즘 많이 바쁘다고.
“그러게 왜 왔어. 일 바쁘다면서.”
“그래도 와야지. 제수씨한테 인사도 할 겸.”
오늘은 민경의 두 번째 기일이다. 바카라사이트 몇 주 전부터 나에게 날짜를 확인하더니 기어코 오늘 우리 집에 왔다. 금요일 저녁이면 가게도 피크 타임일 텐데 음식까지 챙겨서.
나는 별로 입맛이 없어서 지석이 가져온 떡을 입에 넣었다. 아주 말랑하고 쫄깃한 반죽을 이로 가르니 안에서 달콤한 꿀이 나왔다. 바카라사이트 탕국으로 입을 적시더니 청주를 따라 내 잔에 부딪쳤다. 나도 청주를 한 모금 마셨다. 지석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 납기일 또 까먹었다며.”
정 대표가 얘기했나. 바카라사이트이가 소개해 준 정 대표와는 그날 이후로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정신을 차리려 해도 이맘때만 되면 자꾸 실수를 했다. 납기일을 못 맞추거나, 까먹거나, 아무튼 엉망이다. 정 대표에게는 그때마다 거듭거듭 사과했지만 이 정도면 바카라사이트의 귀에도 들어갈 만하다.
“아니, 기억하고 있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진짜 미안하다.”
“후배 한 명 있는데 얘 써볼래? 영업 잘하고 꼼꼼해.”
바카라사이트 자기 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사람을 써. 그냥 실수한 건데.”
“아니, 직원 있으면 좋잖아. 영업도 같이 뛰고, 일정도 크로스 체크하고.”
바카라사이트 계속 자기 폰을 만지며 말했다.
“돈 없어. 매출도 없는데.”
“내가 줄게. 그러니까 사정 괜찮아질 때까지만 얘 써.”
바카라사이트 테이블에 폰을 놓고 말했다. 동시에 내 카톡이 울렸다. 지석이 보낸 연락처가 떠 있었다. 바카라사이트 새우튀김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나는 청주를 다시 따라 입에 털어넣었다. 죽는소리를 들은 게 2년 전인데 이제는 사람 보내준다는 말도 하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한 명이라도 잘나가니까 좋네.”
바카라사이트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진짜 농담 아니고. 납기일을 놓치는 게 말이 돼? 하다못해 크로스체크라도 한번 하면 나을 거 아냐. 얘 영업도 진짜 잘한다니까?”
“아, 직원 들어오면 나만 더 정신없어. 그, 정 대표한테는 내가 진짜 미안하다. 다음에 진짜 잘해드릴게.”
“늦었어. 거래처 바꾼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정 대표도 많이 참았다.
“그냥 못이기는 척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나도 너한테 갚아야지.”
또 그 얘기다. 갚긴 뭘.
“네가 잘해서 잘된 거지. 제사가 뭐 대수냐.”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내 눈앞에 있는 게 제삿상이면서.
“에이, 왜 말을 그렇게 해. 사발면까지 끓여놓고.”
바카라사이트 어색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쳤다. 갑자기 떠오른 말이 있었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날 이후, 나는 제사를 거의 다 정리했다. 아버지 어머니의 기일은 챙기지만 그것도 하나로 합쳐버렸고, 그 외에 챙기는 건 민경이와 진홍이뿐. 설과 추석에는 아무것도 하지 바카라사이트다. 이러고 보니 거의 매달 제사를 지냈던 지난날이 마치 꿈속 일인 것 같았다.
‘이렇게 8년 했으면 여덟 명 중에 한 명은 진홍이 지켜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최소한 우리한테 어떻게든 알려줬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민경이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경마저 그렇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민경의 말을 인정했다. 민경은 진홍을 잃은 후에도 모두의 제사를 챙겼따.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도 아니고, 우리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진홍이가 기일에 우리를 보러 올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이유가 어찌 됐건, 꼬박꼬박 제삿상을 올린 민경이 그렇게 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민경이 그렇게 되리라는 계시조차 내가 받지 못한 것도 말이 안 됐다. 진홍이 그렇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민경은 내게 몇 번이고 건 전화를 걸었지만 나는 그 전화를 받기는커녕 콜백조차 한참 뒤에 했다. 누군가가 나를 굽어 살핀다면, 이럴 수가 있을까?
나는 그동안 뭘 믿고 있었던 걸까.
갑자기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바카라사이트도 내가 이렇게 된 것을 눈치챘는지 내게 별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전을 하나 씹어 삼키고 말했다.
“너 이따가 갈 때 반찬통 가져가라.”
“다 먹었냐?”
나는 생각난 김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반찬통들을 쇼핑백에 넣었다. 그리고 쇼핑백을 바카라사이트의 옆에 두며 말했다.
“이제 그만 줘. 혼자 다 먹지도 못해.”
바카라사이트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바카라사이트 9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뒷정리를 도와주겠다며 또 고집을 피웠지만 나는 됐으니 빨리 가라고만 몇 번을 말했다.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바카라사이트 현관문을 열기 전에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말했다.
“아무튼,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바카라사이트 구역질이 올라오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중문을 활짝 열어 지석에게 빨리 화장실에 가라고 몸짓했다. 하지만 바카라사이트 곧 괜찮아졌는지 고개를 들었다. 바카라사이트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내게 다가왔다. 바카라사이트 나를 안고 등을 툭툭 두드렸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바카라사이트 숨을 들이마셨지만 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바카라사이트이 가고, 나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상도 치우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내일 할까.
갑자기 조명이 너무 눈이 부셔서 같아서 나는 불을 껐다. 주변이 어두워지니 그제야 눈이 편안하고 몸이 노곤해졌다. 조금만 누워 있다가 정리하자. 나는 소파에 모로 누웠다. 눈을 감고 있으니 아까 바카라사이트에게 제사가 대수냐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괜히 바카라사이트을 비꼰 꼴이 되었다. 가게도 비우고 시간 내서 와줬는데. 내가 더는 제사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말투로 말할 건 아니었다.
나는 한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누워 있다가는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벽을 더듬어 불을 켜니 상 위의 음식들이 보였다. 만들 때는 몰랐는데 새삼 음식이 많다. 밥, 탕국, 삼색나물, 동태전, 육전, 족발, 동그랑땡, 떡, 마카롱, 샤인머스캣, 멜론, 사과, 북어포, 새우튀김 그리고 사발면.
‘에이, 왜 말을 그렇게 해. 사발면까지 끓여놓고.’
아까 속으로 삼킨 말이 떠올랐다.
보고 싶으니까.
나는 눈을 훔치고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민경과 진홍이 왔을지 안 왔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왔다면 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