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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슬롯사이트

순례의 첫 슬롯사이트을 내딛다

이른 새벽, 고요한 잠의 숨결로 가득 차 있던 알베르게에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한 까닭일까, 미세한 부스럭거림에 놀라 눈을 떴다. 누운 채로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잠들었던 슬롯사이트자들이 하나둘 일어나 부산하게 짐을 꾸리고 있었다. 신발끈을 묶기도,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손목시계를 봤다. 새벽 네 시. 더 잘까도 했지만 모두가 깨어나 떠날 채비를 하니 불안했다. 알람을 설정한 건 여섯 시였건만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슬롯사이트에는 정해진 룰도, 방식도 없다. 자신만의 템포로 걷는 것이 바로 슬롯사이트이다. 하지만 아직 그 템포를 갖지 못했던 탓에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살펴보았다. 부지런한 슬롯사이트자들은 서둘러 신발끈을 묶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몇몇 슬롯사이트자들은 세면실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짐을 꾸리다 문득 창밖을 보았다. 어둠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래도 나는 순례를 시작하는 첫날이고 하니 경건한 마음으로 샤워부터 하기로 했다. 깔끔히 채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빵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창가에 앉았다. 식사를 마치니 어느새 찬란한 아침 햇살이 테이블에 비춰왔다. 눈부신 따스함 때문인지 용기가 샘솟았다. 배낭을 메고 아침햇살 속으로 나아간 것은 새벽 여섯 시였다. 이제 정말 순례길이구나. 배낭끈을 동여매고 이정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슬롯사이트을 내디뎠다.


슬롯사이트©2015, lee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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