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사이트

바카라사이트가 되고 싶었다. 바카라사이트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있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던 바카라사이트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원대한 목표를 가진 개척자, 강인한 모험심을 가진 탐험가, 꿈을 잃지 않는 몽상가에 가까웠다. 낭만적인 시인이며 멋을 아는 소설가이기도 했다. 그런 바카라사이트가 세상에 있었던가. 아니, 듣도 보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그런 바카라사이트가 결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사실 내가 갖고 있던 바카라사이트의 이미지는 세상으로부터 창조해낸 것이니 말이다.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환상 속으로 인도했던 소설, 그리고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들. 이 모든 것의 부분적 이미지를 조금씩 규합해 무의식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바카라사이트의 성질을 이 자리에서 낱낱이 해부하며 밝히고 싶지는 않다. 어디 인체 해부도를 봤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나 있던가.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신화 속 낭만적인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는 바카라사이트, 바로 그런 바카라사이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배낭을 메고 길 위에 섰다. 작열하는 스페인의 태양 아래,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져 있던 산티아고 순례길. 그 길을 모두 걸어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바카라사이트가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당신이 말해주었으면 한다. 과연 내가 그런 바카라사이트였는지.

©2015, leewoo

작가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