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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머신 가는 날~

슬롯 머신~ 오늘은 토요일

슬롯 머신 가는 날~


슬롯 머신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그대로 가요~


슬롯 머신 손을 꼭 잡고

미리 준비해 둔

슬롯 머신통을 들고 출발.


첫날 없어서 당황했던 걸

모두 챙겼다.


비누를 챙겼고

수건을 챙겼고

샴푸 린스를 챙겼고

샤워타월을 챙겼고


머리빗도 챙겼고

그리고

영양크림만 챙겼다.


와이 영양크림만?

스킨과 로션은 있었다.

그걸 바르고 영양크림만

그 위에 바르려고. 하하


어떨까 싶어 첫날은 그냥

그 날치 티켓만 끊었는데

슬롯 머신가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싼 쪽으로. 하하


매일 오는 건 싼 게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건

티켓을 사는 것 밖에

별 방법이 없다 한다.


다만 10장을 한꺼번에

사면 한 장을 더 준단다.

그래서 10장을 한꺼번에 샀다.


한 장에 8,000원인데

10장을 끊으니 8만 원을 냈고

1장을 더 받았다.


그러니까 11장을

8만 원에 산 거다.


이제 매주 토요일은

슬롯 머신 가는 날이다.


벌써 나와요?


나를 잘 아는

여탕 관리인 아주머니가

깜짝 놀란다.


네. 슬롯 머신 피곤하실까 봐요.


슬롯 머신도 나도

슬롯 머신 안에서 그리

짧게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달라졌다.


슬롯 머신도 나도 때를

밀지 않는다.


그냥 샤워만 하는 거다.

그리고 뜨끈뜨끈 탕 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 헹구면 끝이다.


그거만 해도 얼마나 시원하고

개운한지 모른다.


92세 울 슬롯 머신가

피곤하지 않도록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그곳은 내가 어릴 때

엄마 따라가던 옛날 슬롯 머신과

매우 비슷하다.


라카가 있고

커다란 거울이 있고

드라이기가 있는 곳엔


온갖 옷이 걸려있고

깻잎 조림이나 찌개 같은

반찬도 있고

뻥투기 강냉이도 있다.


출출할 때 저 옥수수 강냉이!


맛있어요?


사람들이 맛있다며 많이 사간단다.

커다란 거 한 봉에 5,000원이다.


슬롯 머신 우리 집에 가서

저 강냉이 먹을까?


그래 맛있겠다.

커다란 강냉이를 샀다.


남편은 오늘 저녁을 먹고 온다.

슬롯 머신랑 나 둘 뿐이다.


무얼 먹을까?


우린 문득 컵라면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래 슬롯 머신.

재밌는 드라마 보면서

컵라면 먹고 강냉이 먹읍시다~


컵라면에 강냉이를 먹었더니

속은 좋지 않다.


그런데 분위기는 최고였다.

파일럿을 보면서 먹는데

하하 너무 재밌다.


슬롯 머신(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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