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러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슬롯 꽁 머니와 상대주의

꽤 오래전 슬롯 꽁 머니읽기라는 슬롯 꽁 머니담론 매체가 있었다. 게시판 하나 달랑있던 사이트였는데, 디자이너들의 의견과 논쟁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한때 그곳에서 활동하던 분들과 슬롯 꽁 머니계 유명 인사 사이에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논쟁이 있었다. 다만 그 논쟁은 슬롯 꽁 머니읽기가 아니라 지콜론이라는 진보적 슬롯 꽁 머니 매체의 ‘슬롯 꽁 머니확성기’라는 코너에서 진행되었다.

-

나는 직접적으로 그 논쟁에 참여하진 못했다. 나름 상대주의 측면에서 의견을 개진할 생각에 내심 내차례가 오길 기다렸지만 논쟁 자체가 흐지부지 끝나버려 내 의견을 낼 기회가 없었다.

-

나는 그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엘리트 의식에 좀 놀랐다. 그리고 그 의식이 슬롯 꽁 머니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미 프랑스 대혁명 시기 무너진줄 알았던 귀족의식이 한국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것이다. 나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확신에 가까운 엘리트 의식이. 다만 신이 유전자로 바뀌었을뿐이다.

-

당시 우리 사회는 법치주의가 부상하던 때였다.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법’이 되어버린. 한국은 중국의 이사나 한비자가 아주 좋아할만한 사회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실제로 한비자를 번역해 유명해진 한 저자는 자신의 말이 진리인양 떠들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주눅들고 있었다. 나도 그의 페친이었는데 너무 편향된 글을 읽기 힘들어 친구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궁금해 찾아보니 현 정권의 소극적 추종자가 되어 있던데...

-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이 많은 소송에 얽혀있다. 법치국가에 걸맞게 참과 거짓, 옳고 그름, 좋고 싫음, 잘함과 못함, 성공과 실패 등 모든 가치 판단을 법에 의존하고 있으며, 때론 법을 교묘히 활용해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 덕분에 법조인들은 아주 노났다. 일도 많고 돈도 벌고 인정도 받고 일석 이조, 삼조, 사조...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

결국 한국은 법조인들의 나라가 되었다. 대통령도 정당 대표도 모두 법조인이다. 각종 주요 기관의 기관장들도 법조인이 차지했다. 재벌기업은 어떤가 법조인들을 가장 우대하고 대형 로펌은 그 자체로 권력기관이자 재벌이 되었다. 이게 슬롯 꽁 머니 사회가 가져온 한국의 현실이다.

-

나는 절대주의가 아니라 상대주의를 지향하기에 이런 사회에서 버티기가 어려운 성향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근근히 버티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나마 내가 상대주의 가치를 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직업이 슬롯 꽁 머니이기 때문이다.

-

슬롯 꽁 머니은 아방가르드 즉 전위적 영역이다. 절대적인 어떤 가치는 금방 유행에 뒤처지기에 항상 열린 자세로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물론 슬롯 꽁 머니의 특정 영역은 절대적 가치가 잔존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 조차 무너지는듯한 인상이다.

-

나는 한때 ‘슬롯 꽁 머니은 정치다’라는 태도로 글을 썼다. 정치가 갈등과 대화, 타협과 해결의 과정이라면 슬롯 꽁 머니도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약 절대주의 기준에서 대화와 타협이 있나? 갈등은 무시하고 그냥 닥치고 주어진 규칙과 기준을 따르면 되는거 아닌가?라는 정치적 기준을 가진 사람에게는 슬롯 꽁 머니은 정치와 다르다. 아니 슬롯 꽁 머니을 그렇게 하는 사람에게는 정치와 슬롯 꽁 머니이 같을 수도 있고. 결국 나는 정치던 슬롯 꽁 머니이던 태도의 문제라고 본다. 절대주의적 태도냐, 상대주의적 태도냐의 문제.

-

선거가 끝났다. 법치주의 사회가 절정에 다다른 날이 아닐까 싶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될까? 슬롯 꽁 머니 가치가 최고조에 다다른 우리 사회에 상대주의라는 틈이 생길까 아니면 더욱 슬롯 꽁 머니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까... 내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

나는 과거 정치학 책을 탐독하면서 정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배웠다. 여기에 민주주의가 있고, 레토릭이 있고, 은유가 있고, 예술과 슬롯 꽁 머니이 있다. 과연 이런 가치들이 계속 연명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올까? 슬롯 꽁 머니도 정치로 여겨질 수 있을까... 참으로 내일이 궁금한 하루다.

-

동시에 문득 궁금해진다. 10여년전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논쟁을 했던 디자이너분들은 그때를 어떻게 회상하고 계실지, 지금은 또 어떤 마음이실지. 그때 그런 논쟁을 담아주는 슬롯 꽁 머니 매체가 있고 논쟁이 있고 그래서 참 좋았는데... 지금은 이조차 없네... 과연 세상이 진보하고 있긴 하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