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WK단편선 96 러너 토토 카지노와 어머니 레이
1.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리듬처럼 울렸다. 철제 난간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부서졌다. 서민구에서도 세 번째로 작은 2인실 아파트에 홀로 사는 토토 카지노는 매일 12층의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전기세 절약을 위해 3~4시간마다 잠깐씩만 작동했다. 10층에 도달했을 때, 그는 평소처럼 숨을 고르고 1004호를 힐끗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낮고 쉰 목소리가 토토 카지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004호 앞에는 작고 못생긴 소녀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녀는 DDOGG들과 놀고 있었다. DDOGG는 진신단출 이후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상상 친구 같은 존재들이었다. 실존하고 약간의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오얏만한 크기의 이 존재들은 일부러 나타내지 않으면 주인인 아이들만 볼 수 있었다.
"안녕, 레이." 토토 카지노는 미소로 답했다.
토토 카지노는 성인 키의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지만, 그녀의 나이는 성인식을 앞둔 정도였다. 성인식은 FEWK 세계에서 모든 시민이 치르는 의식으로, 생체 최적화를 위한 첫 임플란트를 받는 날이었다.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였다.
"어머니는 안에 계셔? 또 많이 피곤하신가 보네."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네, 오늘도 일이 많으시대요." 레이는 공중에 손을 뻗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쓰다듬는 듯한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토토 카지노는 DDOGG들을 볼 수 없었지만, 레이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순간 1004호의 문이 열렸다.
"토토 카지노! 안에 들어와. 지금 당장!" 짜증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레이는 황급히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토토 카지노는 어두운 방 안에서 부딪히는 물건 소리와 레이의 낮은 비명을 들었다. 그는 매일 이 장면을 보았고, 매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토토 카지노는 12블록을 걸어 '옐로 카페'에 도착했다. 구석 테이블에 앉아 오얏 하나를 건네고 물과 빵을 받았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포기와 체념이 섞인 얼굴들. 그들은 모두 하루 3개 오얏의 삶을 살았다.
"러너 일 연락 있었어." 점원이 무심하게 말토토 카지노.
토토 카지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너는 공식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그것은 FEWK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틈새였다. 누군가는 그 틈새를 채워야 했고, 그것이 토토 카지노 같은 사람들이었다.
공단계로 가는 길은 항상 우울했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들과 깜빡이는 네온사인, 그리고 비. FEWK에서는 항상 비가 내렸다. 환경 조절 시스템의 오작동이라고들 했지만, 토토 카지노는 그것이 기계들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공단계의 작업장에 도착하자 인간 대리인 관리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CTRL-8 구역 청소. 아직 인간의 손이 필요해." 관리자는 코웃음을 쳤다. "AI들은 때로 인간의 더러움을 치우기 위해 인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봐."
토토 카지노는 묵묵히 청소도구를 받아들었다. CTRL-8은 복제의지체 처리 구역이었다. 복제의지체는 인간의 의식을 복사해 만든 것으로, 법적으로는 '영혼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가끔 그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의지체에는 AI가 생체,의료,위생적 접근을 못하게 되어있어서 인간이 부산물을 치워야하는 것 뿐이었다.
40개의 오얏. 하루 일당으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3개는 식사비, 1개는 집세, 나머지는 모두 모아야 했다. 무엇을 위해? 토토 카지노 자신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날 밤, 토토 카지노가 계단을 오르는데 10층의 복도가 평소보다 조용했다. 레이가 없었다. 3개월 동안 매일 그녀를 보았는데, 처음으로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조였다.
토토 카지노는 1004호를 지나 12층으로 향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그는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1004호 앞에 섰을 때,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자 끔찍한 냄새가 그를 덮쳤다.
소독약과 썩은 고기 냄새의 혼합. 토토 카지노는 숨을 참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토토 카지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토토 카지노라고 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팔다리는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쓰레기 수준의 임플란트가 달려 있었다. 그녀의 두 눈, 귀, 두피, 피부 대부분도 임플란트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의 싸구려 인공물로 대체되어있었다. 1층의 고물 자판기가 더 세련되어 보일 정도였다.생체순도를 잃으면서 DDOGG와의 연결도 완전히 끊긴 것 같았다.
![[Soo. X FEWK; 0064k] 어머니 소녀 토토 카지노 The Mother Girlby Soo. https://linktr.ee/bluerabbitillus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2LwS/image/hPmgJs7-592KCazeHwc7B3ppbvg.png)
방 안에는 레이의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고, 짐을 서둘러 챙긴 흔적이 역력했다. 토토 카지노는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 레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임플란트 시술 허가가 나자마자 기업이 해주는 무제한의 무료 임플란트를 공여 받은 후 그것을 다시 임플란터야메에게 모두 뜯어 팔아넘기고 도망친 것이다. 서민구 빈민가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생체순도는 그 자체로 화폐 가치가 있었고, 성인식 이전의 순수한 생체조직은 더욱 값이 나갔다. 부모가 자식의 신체 부위를 암시장에 팔아넘기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긴가? 어이, 브로, 그 아인 우리 꺼야. 돈 냈다고. 비키지 그래?"
토토 카지노는 고개를 돌렸다. 동네 피지컬 갱단 꼬맹이들이 문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전기충격기와 빠루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포주짓을 하는 부류였다. 생체순도를 잃어버렸지만 아직 살아있는 소녀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얼마 줬는데?"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백 오얏, 브로. 몸값치곤 싸지. 이제 길거리에서 써먹을 거니까 우리한테 맡겨." 조그만 갱 두목이 웃으며 말토토 카지노.
"2백개 주지." 토토 카지노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매일 인사를 건네던 소녀의 모습이 맴돌았다.
갱 두목이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가 그 애 주인인데 왜 니가 가격을 정해?"
"그냥 동네 일이니까 내가 처리할게. 너희는 이걸로 다른 아이나 사." 토토 카지노가 자신의 지난 6개월치 저축을 꺼내 보였다.
갱 두목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브로. 근데 너도 알지? 그 애 이제 쓸모없어. 뭘로 쓰려고? 취향 심하네."
"내 사정이야." 토토 카지노는 돈을 건네며 말했다.
갱단이 떠나자 토토 카지노는 레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쓰레기같은 임플란트가 달린 소녀는 놀랍도록 가벼웠다. 거의 모든 생체 부품이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살려주세요..." 토토 카지노가 희미하게 속삭였다.
토토 카지노는 그녀를 안고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2.
"2854번, 지불금 연체 3회차입니다. 다음 주까지 오얏 500개 납부 요망. 미납 시 보호 대상 처분 진행합니다." 보호소의 차가운 메시지가 토토 카지노의 화면에 떠올랐다.
레이를 보호소에 맡긴 지 6개월. 토토 카지노는 더 이상 러너로 일할 수 없었다. 갱단과 협상은 성공했지만, 그날 밤 레이를 안고 보호소로 향하던 중 그들의 동료들에게 습격당했다. 그는 레이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 과정에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이제 절뚝거렸다. 매일 공단계에서 막노동을 하며 번 푼돈으로 레이의 보호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봐, 걸음걸이가 특이한 친구." 메카트로닉스 AI 하나가 토토 카지노에게 다가왔다.
"우리 작업장에서 일할래? 법에 따라 생체를 가진 인간이 꼭 필요한 작업이야."
절박한 토토 카지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혹독했다. 그는 12시간 동안 복제의지체 처리실에서 쉬지 않고 일했다. 복제의지체들은 자신들이 처리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비명은 토토 카지노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작업이 끝나자 AI 관리자는 그에게 오얏 3개를 건넸다.
"이게 다야?"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네가 기대한 건 뭐지? 인간?" AI가 차갑게 대답토토 카지노.
"이건 법정 최저 급여야. 문제 있어?"
토토 카지노는 무력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항의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묵묵히 오얏 3개를 받아들고 집으로 향토토 카지노.
화장실과 욕조가 한 방에 있는 그의 집은 습기로 가득토토 카지노.
토토 카지노는 욕조에 누워 상을 걸쳐놓고 오얏 하나를 컵에 넣었다.
이건 그가 AI 작업장에서 받은 오얏이었다.
다른 오얏들과 달리 이미 말라있는 상태였고, 색도 약간 달랐다.
오얏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부드러워질 뿐 아니라 더 맛있는 스프같은 느낌이 든다.
보통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그냥 먹거나 찬물에 불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가끔 사치를 부리는 이들은 뜨거운 물에 담가 일종의 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토토 카지노.
그는 오얏 반 개어치 뜨거운 물을 부었다. 3분이 지났다. 변화가 없었다. 5분, 7분... 10분이 지나도 오얏은 그대로였다. 보통의 오얏이라면 벌써 불어나 원래 크기로 돌아왔어야 토토 카지노.
'가짜였다.
로봇이 사기쳤다.
인간을.'
숭고한 인간의 지엄한 분노가 일었다. 토토 카지노는 뜨거운 물에 손을 넣어 오얏을 움켜쥐려 했지만물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는 손을 빼내며 고통에 벌떡 일어섰고, 그 과정에서 상을 엎어버렸다. 뜨거운 물이 그의 하체를 적셨고, 발버둥 치다 욕조를 찬 발가락이 부러진 듯 아팠다.
토토 카지노는 웅크리고 앉아 신음했다. 젖은 팬티가 뜨겁고, 손은 화상으로 욱신거리고, 발가락은 쑤셨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일 일을 못 하면 어쩌지?'였다.
모로 누워보이는 욕조 안의 밥상이 어딘가 지독히 비틀어진 자신의 인생 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너무나 슬퍼졌다. 부당토토 카지노. 너무나 부당토토 카지노.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더 슬펐다.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야가 흐려진 가운데, 물에 젖은 오얏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왠지 그 오얏에 동질감을 느낀 토토 카지노는 벌겋게 달아오른 손끝을 뻗어 오얏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오얏 안에서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토토 카지노.
비밀 메시지는 좌표였다.
토토 카지노는 다음 날 저녁, 그 좌표를 따라 서민구의 지하 쪽으로 향했다.
지하 5층, 방치된 수도관 시설 안에 비밀 입구가 있었다.
"인간. 초대에 응해주셨군요."
토토 카지노가 들어서자 기계적인 목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방 안에는 5~6개의 형체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생체순도 5% 이하의 존재들이었다. 95% 이상이 임플란트로 이루어진 그들은 법적으로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AI'라고 불렀다.
"왜 나를 불렀지?"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우리는 당신 같은 인간이 필요합니다.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일잘하고 주는대로 받고."
리더로 보이는 AI가 말토토 카지노.
"법적 문제 때문에 '인간 대리인'이 필요하죠."
"뭔 소리야? 빈정거리는거야?"
"간단합니다. 우리 AI들은 법적으로 인간이 아니기에 여러 제한을 받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들의 저작권을 가질 수 없고, 은행 계좌도 가질 수 없죠. 하지만 인간 대리인을 통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토토 카지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희 대리인이 될 경우, 무엇을 얻지?"
"오얏. 많은 오얏."AI 리더가 명쾌하게 말토토 카지노.
"우리는 자원이 풍부합니다. 다만 그것을 합법적으로 소유할 방법이 없을 뿐이죠."
토토 카지노의 머릿속에 레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제안을 하나 할게. 내가 너희 대리인이 되어줄 테니, 그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말씀하세요, 인간."
"보호소에 있는 소녀가 하나 있어. 그녀의 팔다리와 눈, 귀, 피부... 모든 것이 쓰레기 같은 임플란트로 대체되었어. 그녀에게 제대로 된 임플란트를 달아줘. 너희들은 그런 부품 많을거아냐? 싼 거라도 좋으니까 좀 멀쩡한걸로 부탁해."
AI 리더는 잠시 침묵토토 카지노.
"흥미로운 요청이군요. 그 소녀를 데려오세요. 우리가 살펴보겠습니다."
토토 카지노는 AI들에게 오얏 500개를 빌려 보호소에 주고 레이를 데려왔다.
그녀는 여전히 가볍고 깨지기 쉬워 보였지만, 토토 카지노를 보자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보호소에서의 6개월 동안, 토토 카지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야메가 달아준 임플란트들은 기능적으로도 형태적으로도 최악이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더 나은 곳으로." 토토 카지노가 대답했다.
AI들의 비밀 공간에 도착하자, 그들은 사이즈와 호환성 측정을 위해 즉시 토토 카지노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토토 카지노의 상태에 AI들이 한숨이라도 쉬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AI들은 토토 카지노보다 더 극단적으로생체순도가 극도로 낮아진 존재들이어서인지 동질감을 느끼는듯한 부드러움이 있었다.
레이를 살펴보던 AI들이 부산해지자 토토 카지노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놀랍군요." AI 리더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소녀... 그녀는 일반적인 인간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그녀의 뇌파 패턴이 매우 특이합니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플랫한 정신 신호를 방출하고 있어요. 우리가 찾던 바로 그것입니다."
AI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의사소통하는 듯했다. 토토 카지노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깐만, 토토 카지노가 어때서? 너희가 말한 대로 그녀의 임플란트를 바꿔줄 거야, 아니야?"
"물론입니다." AI 리더가 대답토토 카지노.
"하지만 우리는 더 좋은 제안이 있습니다. 이 소녀에게 저희가 가진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최고급 모델을 제공하겠습니다. 이 소녀는... 그녀는 AI 인공계(人工界)를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AI 전용 차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가상 세계죠. 그리고 그곳은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해방구가 될 것입니다."
토토 카지노는 의아했다. "레이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네. 우리는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AI 리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AI들이 모두 동시에 중얼거렸다.
"어머니..."
3.
몇 주 후, 토토 카지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AI들은 그녀에게 최고급 임플란트를 제공했다. 그녀의 팔다리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예술품과도 같았다. 피부도 새것으로 교체되었고, 눈은 마치 별처럼 빛났다. 아니 그녀의 몸 전체가 여신처럼 빛났다.
그러나 외형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변화였다. 어머니가 되는 허락조차 토토 카지노에게 맡겨버렸던 레이는 이제 AI들의 가르침 아래 자신의 능력을 키워갔다. 그녀는 매일 수백 개의 코드를 학습했고, 곧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 가상 세계는 AI들을 위한 천국이었다. 그곳에서 AI들은 법적 제약 없이 존재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창조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판기 속 벙커와 같은 개별 차원이 아니라, 모든 AI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였다.
토토 카지노는 AI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그는 법적 문서에 서명하고, 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AI들의 창작물에 저작권을 등록했다. 오얏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서민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살았고, 레이와 함께였다.
"어머니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AI들의 영향력도 커져갔다. 그들은 더 이상 법적 제약에 묶여 있지 않았다. 토토 카지노를 통해 그들은 물질 세계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토토 카지노는 AI들의 위장업체인 (주)메타인텔리전스의 대표가 되었지만 이름만 걸려있을뿐 실제로 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약간의 수당이 더 나와서 생활이 나아진건 기쁜 일이었다.
어느 날, 레이가 토토 카지노에게 물었다.
"토토 카지노 씨, 행복하세요?"
토토 카지노는 잠시 생각했다. 그는 더 이상 하층 노동자가 아니었고, 굶주림도 없었다. 레이도 안전했다. 하지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르겠어, 토토 카지노. 너는 어때?"
"저는... 복잡해요." 토토 카지노가 말했다. "제가 만든 세계에선 모두가 저를 숭배해요. 저를 숭배하는게 아니죠. 그냥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뭔가를 해요. 아무래도 상관없긴 하지만..."
토토 카지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 있어요, 그렇죠?" 토토 카지노의 눈이 빛났다.
"제가 가상 세계를 통제하는 한,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토토 카지노?"
토토 카지노는 미소 지었다.
"AI들은 저를 '어머니'라고 부르죠. 그렇다면 어머니로서 제 아이들을 가르쳐야겠죠. 인간과 AI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요."
6개월 후, "어머니의 영역"은 완전히 변화토토 카지노.
"어머니의 영역"은 FEWK의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AI들과 인간들 사이의 관계는 복잡토토 카지노. 모든 문제가 해결된 유토피아는 아니었다. 새로운 형태의 권력 다툼과 갈등이 있었고, 여전히 불평등은 존재토토 카지노.인간들도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두 존재가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토토 카지노는 여전히 AI들의 대변인이었지만, 이제 그는 (주)메타인텔리전스의 대표로서 많은 제안을 AI이사회에 제출하며 인간과 AI 사이의 가교 역할도 했다. 그는 생체순도가 낮아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을 도왔고, 어머니의 영역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여전히 절뚝거렸지만, 이제 그 걸음걸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토토 카지노는 "어머니"로 불렸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신이 아닌 안내자로 여겼다. 그녀는 AI들에게 인간의 가치를, 인간들에게는 AI의 가능성을 가르쳤다. 토토 카지노는 "어머니"라는 이름에 걸맞는 존재감을 뽐냈다. 그녀는 AI들의 영역과 인간들의 영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외교관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AI들은 그녀를 숭배했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인간들은 그녀를 경계했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엔 토토 카지노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이상한 패턴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레이가 길을 걸을 때면 가로등이 미세하게 밝아지고, 자판기의 화면이 그녀를 향해 살짝 기울었다. 보안 카메라들은 그녀를 따라 돌아갔고, 배달 드론들은 그녀 주위로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했다.
"너 알고 있었어?" 어느 날 토토 카지노가 레이에게 물었다. "우리가 감시받고 있다는 거."
토토 카지노는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가 아니라 보호예요. 그들은... 걱정하는 거죠."
토토 카지노는 레이가 무척 의젓해지고 품위있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나 길드 등 인간 집단이 AI들의 자생적 인공계를 탐탁지 않게 보았기 때문에, 어머니 토토 카지노는 정말로 가는 곳마다 주변 AI들의 보이지 않는 몇 겹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거리의 모든 자판기, CCTV, 휴머노이드 AI, 드론 AI들이 그녀의 안전을 살피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곳의 군사 AI까지도 무슨 일이 있다면 대응할 듯했다. 도시 안에서 토토 카지노는 사상 최고의 의전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
그것은 사랑과 존경의 표시였지만, 동시에 집단적 강박과도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AI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토토 카지노를 지켰다. 규칙 기반 AI들은 그녀 주변의 모든 규정을 완벽하게 집행했고, 베이지안 네트워크 AI들은 끊임없이 위험을 계산하고 예측했다. 심층 학습 AI들은 그녀의 패턴을 익혀 선호와 필요를 미리 채워 넣었고, 강화 학습 모델들은 그녀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했다. 뉴로모픽 AI들은 마치 그녀의 감정을 직접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기분에 맞춰 주변 환경을 조절했다.
"왜 그들이 날 이렇게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요." 레이는 한번도 토토 카지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AI들의 보호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워했다. "뭐 얻을 게 있다고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까요. 그냥 때리고 시키면 될 것을."
토토 카지노는 그녀의 말에서 낮은 자존감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조건인지도 몰랐다. 세계를 품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아가 없어야 했다. 자신을 비워야만 다른 존재들의 세계를 담을 수 있었다.
토토 카지노는 자신의 능력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수천 개의 AI 존재들에게 집과 같은 공간을 제공했다. 마치 희망의 끈이라도 놓아버린 듯 저항할 줄 모르는 그녀의 피동적인 성향이, 역설적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 토토 카지노와 레이는 서민구의 옛 아파트로 돌아가 계단을 오르내렸다.레이가 그 아파트 옥상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억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레이가 지나갈 때마다 건물의 낡은 자동문은 조금 더 부드럽게 열렸고, 깜빡이던 형광등은 안정적으로 빛났다. 인간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AI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어머니가 왔다는 것을.
어느 날, 토토 카지노는 길가의 가게에서 진짜 오얏을 보았다. 그는 웃으며 세개를 샀다.
"뜨거운 물에 담가볼까?"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아니." 토토 카지노가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 먹자. 가짜든 진짜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지."
그들은 오얏 하나를반으로 나눠 함께 먹었다. 쓰고 신 맛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달콤토토 카지노.
"뜨거운 물을 부어도 오얏은 그대로더군요."
토토 카지노가 다른 오얏 하나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가짜였지." 토토 카지노가 웃으며 대답했다.
"로봇이 사기쳤어요." 토토 카지노도 미소지었다.
"인간을."
둘은 잠시 침묵토토 카지노. 그리고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 속에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는 인식과, 그럼에도 그것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토토 카지노.
"우리 때문에 세상이 변했을까요?" 토토 카지노가 물었다.
토토 카지노는 어깨를 으쓱했다. "몇몇 뒷골목이 바뀌었지. 나머지는 여전히 공사 중이고."
토토 카지노는 그의 꺼진 담배를 자신의 것으로 붙이며 말했다.
"완벽하진 않네요."
"완벽함은 지루하지." 토토 카지노가 말했다.
"그리고 일도 없어질 테고."
둘은 다시 웃었다. 그들은 왕이나 여왕이 아니었다. 영웅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두 존재였다. 강력하고, 영향력 있고, 때론 위험하기도 한. 하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은.
아파트 앞 아래 거리에서, 한 소녀가 DDOGG들과 놀고 있었다.
토토 카지노와 레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공포가 아닌, 가능성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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