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FEWK단편선 90 살롱즈의 사다리
흑공 구름이 리버힐의 경계를 가른다. 위는 빛, 아래는 어둠. 빛의 세계에서 내려다보면 구름 아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구름은 그저 풍경이다. 하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올려다보면 구름은 천장이다. 숨 막히는 한계.
7623일. 파라오 슬롯 첨탑을 올려다본 날들을 정확히 기억했다. 오늘도 그는 녹슨 창고 옥상에 앉아 첨탑의 빛을 응시했다. 연한 파란색 빛이 흑공 구름 사이로 새어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반짝, 소멸. 반짝, 소멸. 마치 귀족구역에서 보내는 신호처럼. 너희는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라.
그의 왼팔에 이식된 신기가 어둠 속에서 차가운 푸른빛을 내뿜었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이어진 금속 보강물은 한때 귀족의 것이었다. 이제는 쓸모없는 구식 모델. 귀족의 쓰레기가 빈민의 보물이 되는 곳, 그것이 리버힐이었다.
"또 하루를 낭비하시는군요, 형님."
이민이 옥상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흑공 에너지 탐지기가 들려 있었다. 검은 기기 위로 녹색 선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파라오 슬롯 기기를 한 번 흘깃 보고는 다시 첨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름답지 않아?"
"뭐가요?" 민은 형의 옆에 앉았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한 빛이 있었다.
"자유." 파라오 슬롯이 대답했다.
민은 코웃음을 쳤다. "저기가 자유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들도 각자의 감옥 안에 있어요. 다만 감옥이 좀 더 화려할 뿐이죠."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지. 적어도 흑공 때문에 폐가 썩어들어가진 않으니까."
파라오 슬롯 기침을 했다. 까만 가래가 손바닥에 묻었다. 그는 재빨리 손을 닦았지만, 민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또 증상이 심해졌군요." 민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흑공병이 악화되고 있어요. 치료를 받아야 해요."
"치료?" 파라오 슬롯이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약도 없는데 무슨 치료를?"
"대사국이 리버힐에 새 클리닉을 여는데, 의약품 지원도..." 민이 말하다 멈췄다. 그가 뭔가 입 밖에 내지 말았어야 할 말을 파라오 슬롯는 듯이.
파라오 슬롯의 눈이 번쩍였다. "새 클리닉? 어디서 그런 얘길 들었어?"
민은 대답하지 않고 흑공 탐지기를 만지작거렸다. 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곳에서 살아남았다. 파라오 슬롯 기술을, 민은 정보를 다뤘다.
"내가 또 새로 온 의약품 상자 열려다 경비에 걸릴 거라고 걱정돼?" 파라오 슬롯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이 된다면요? 전에도 세 번이나 붙잡혔잖아요. 한 번만 더 걸리면..."
"처형이지." 파라오 슬롯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 모두 흑공병으로 천천히 죽어가는 중인데."
민은 형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파라오 슬롯 그 시선이 불편했다. 마치 민이 그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오늘은 그런 얘기가 아니야." 파라오 슬롯이 갑자기 말했다. "누군가 우리를 찾았어."
진심이었다. 아니, 거짓말이었다. 아마도 둘 다 일지도 모른다. 리버힐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흑공 구름처럼 모호파라오 슬롯.
민의 눈이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누가요?"
파라오 슬롯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카드를 꺼내 보였다. 표면에는 시계 모양의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다. "크로노스."
그 이름은 빈민구역에서 신화와도 같았다. 귀족 구역 최고의 미디어 기업 CEO이자 '살롱즈의 사다리'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크리에이터. 그 프로그램은 빈민구역 출신들에게 계급 상승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패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파라오 슬롯.
"농담이겠죠?" 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파라오 슬롯 카드를 흔들었다. "어제 창고 앞에 이게 놓여 있었어."
민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흑공 탐지기의 화면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가지 마세요."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파라오 슬롯이 의아하게 물었다. "이건 기회라고. 우리가 평생 기다려온 기회."
"우리?" 민이 따라 물었다. "형님만의 기회겠죠."
파라오 슬롯 동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둘 다 갈 거야. 크로노스가 우리 둘을 다 부른 거야."
"카드는 하나뿐이잖아요."
첨예한 침묵이 두 형제 사이에 내려앉았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것은, 그 순간 이미 '살롱즈의 사다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크로노스의 초대장은 다음 날 새벽에 빛나기 시작했다. 카드에 새겨진 좌표가 활성화되어 그들을 안내했다. 파라오 슬롯 흑공병 증상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민은 마지막까지 망설였지만, 결국 형을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정말 이러다 둘 다 죽겠네요." 민이 중얼거렸다.
두 형제는 빈민구역과 귀족구역의 경계로 향파라오 슬롯. 경계에 도착하자 이전에는 없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소음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그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밀려나왔다. 빈민구역에서는 결코 맡을 수 없는 깨끗한 공기였다.
형제가 들어서자 문이 자동으로 닫혔고, 그들은 깨끗하고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긴 복도에 서 있었다. 벽은 반투명한 흰색 소재로 되어 있었고, 흑공이 아닌 밝은 청록색 광원이 천장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파라오 슬롯 씨, 이민 씨."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공간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금속성이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은 귀족의 것 같지만 어딘가 덜 인간적이었다.
"크로노스님." 파라오 슬롯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식적인 호칭은 불필요합니다."
복도 끝에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홀로그램이었다. 표면은 금속처럼 반짝였고 몸에서는 청록색 빛이 희미하게 퍼져나갔다. 얼굴에는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형제는 당혹스러워했다. 파라오 슬롯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방금 도착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미 첫 번째 테스트는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합격이군요."
크로노스가 손짓하자 복도의 벽이 투명해졌다. 양쪽 벽 너머로 다른 복도들이 보였고,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빈민구역에서 온 듯한 사람들, 모두 혼자서.
"다른 초대받은 이들은 혼자 왔군요." 크로노스가 설명파라오 슬롯. "당신들만이 둘이 함께 왔습니다. 흥미로운 선택입니다."
파라오 슬롯 민을 곁눈질했다. 민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두 분을 관찰해 왔습니다." 크로노스가 말했다. "리버힐 최초의 흑공 에너지 필터를 만든 파라오 슬롯 씨. 그리고 대사국의 정보 흐름을 해킹해 빈민구역 의약품 공급을 늘린 이민 씨."
둘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파라오 슬롯. 그들의 비밀 활동을 누가 알고 있었던 것인가?
"저희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크로노스는 대답 대신 복도 벽면을 향해 손짓했다. 벽이 투명해지며 그들의 과거 활동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나타났다. 폐기장에서 기술을 분해하는 파라오 슬롯, 정보망을 해킹하는 민,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든 장치들.
"빈민구역에서의 생존은 프라임타임 드라마보다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특히 당신들 같은 재능 있는 이들의 삶은 더욱 그렇죠."
"'살롱즈의 사다리'에 우리를 출연시키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민이 날카롭게 물었다.
크로노스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정확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출연자가 아닙니다. 당신들은 이번 시즌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주인공?"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살롱즈의 사다리'는 단순한 리얼리티 쇼가 아닙니다."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그것은 누가 계급 상승의 자격이 있는지, 누가 진정한 귀족이 될 수 있는지를 가리는 시스템입니다. 빈민구역과 귀족구역 사이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문이죠."
파라오 슬롯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평생 꿈꿔온 순간이었다.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까?"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여러 단계의 시험이 있습니다."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각 단계마다 여러분의 기술, 전략, 그리고..." 그가 잠시 멈췄다. "...인간성을 시험할 것입니다."
민이 흑공 탐지기를 꽉 쥐었다. "위험한 시험인가요?"
크로노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같았다.
"물론입니다. 모든 가치 있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아는 삶은 영원히 변할 것입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죠."
파라오 슬롯 민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눈빛을 읽었다. 위험하지만, 이것이 그들이 기다려온 기회였다.
"그리고," 크로노스가 덧붙였다. "이번 시즌의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최종 승자는 오직 한 명만 선택됩니다."
파라오 슬롯과 민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크로노스의 말은 명확했다. 둘 중 하나만 계급 상승을 할 수 있다는 것.
"준비됐습니다." 파라오 슬롯이 단호하게 말했다.
민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크로노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번졌다. "좋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지금 시작됩니다."
첫 번째 시험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나요?"
파라오 슬롯 즉시 대답했다. "자유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가 삶을 가치 있게 만듭니다."
민은 더 오래 생각파라오 슬롯. "연결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 서로를 지키는 책임감이 삶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크로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대답 모두 흥미롭습니다. 자유와 연결. 때로는 상충되는 가치죠."
그렇게 첫 번째 시험이 끝났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들은 다음 공간으로 이동파라오 슬롯.
두 번째 시험은 기술적 재능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파라오 슬롯 신기를 이용해 귀족급 AI 코어를 복구해야 했고, 민은 흑공 에너지의 패턴을 분석하여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야 했다.
형제는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파라오 슬롯의 손놀림은 전문 기술자 못지않았고, 민의 분석 능력은 전략가의 그것이었다. 크로노스는 그들의 성과를 차갑게 관찰했다.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 시험이 끝나고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세 번째 시험은 더 복잡파라오 슬롯. 그들은 귀족구역의 시뮬레이션 환경에 던져졌고, 거기서 살아남아야 파라오 슬롯. 빈민구역에서 온 그들에게 귀족들의 행동 양식과 복잡한 사회적 규칙은 낯설기만 파라오 슬롯.
"흑공 처리 노동자 출신이라고 밝히면 끝이야." 파라오 슬롯이 민에게 속삭였다. "우리는 귀족 출신의 먼 친척이야. 이해했지?"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민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크로노스가 말했잖아." 파라오 슬롯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긴 우리 세계가 아니야. 그들의 규칙에 맞춰야 해."
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에는 의심이 어려 있었다.
시험은 계속되었다. 지적 도전, 육체적 도전, 사회적 도전. 그리고 각 단계마다 형제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파라오 슬롯의 흑공병 증상은 점점 악화되었지만, 그는 이를 숨기려 애썼다. 민은 점점 변해가는 형의 모습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일곱 번째 시험을 마친 후, 그들은 처음 만났던 복도로 돌아왔다. 이제 그들만 남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탈락한 것 같았다.
"마침내 최종 라운드에 도달했군요."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그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이전보다 더 선명하고 현실적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완전히 인간같지는 않았다. 그의 움직임에는 미묘한 기계적 특성이 있었다.
"형," 민이 갑자기 말파라오 슬롯. "무언가 이상해요. 이건 방송이 아닐지도 몰라요."
"무슨 소리야?"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나는 모든 방송 신호를 분석해왔어요. 이 공간에서는 어떤 방송 신호도 나가지 않고 있어요.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녹화되거나 방송되고 있지 않아요."
파라오 슬롯 민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럼 이게 다 뭐라는 거야?"
크로노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예리하군요, 이민 씨. 맞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방송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최종 편집 전 테스트일 뿐입니다."
민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테스트라고요?"
"모든 시즌에는 실제 방송 전 여러 후보군을 테스트합니다." 크로노스가 설명파라오 슬롯. "시청률을 예측하기 위해서죠. 당신들은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형제 간의 미묘한 갈등이 매우 흥미롭군요."
파라오 슬롯의 표정이 굳었다. "갈등이라뇨?"
"자유와 연결. 기억하십니까? 첫 번째 시험에서의 대답을." 크로노스가 설명했다. "파라오 슬롯 씨는 자유를, 이민 씨는 연결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관의 차이가 지금까지의 모든 시험에서 미묘하게 드러났죠."
크로노스는 벽면에 두 개의 문을 나타나게 파라오 슬롯. "이제 최종 테스트입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여러분 중 한 명만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민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뜻입니까?"
"정확히 들리는 그대로입니다." 크로노스가 미소지었다. "한 명은 귀족이 되고, 다른 한 명은 빈민구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파라오 슬롯과 민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형제의 눈에는 혼란과 의심이 가득했다.
"이것이 최종 시험인가요?" 민이 차분하게 물었다. "우리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거죠?"
크로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홀로그램 눈이 호기심으로 빛날 뿐이었다.
"시간은 24시간입니다." 크로노스가 마침내 말파라오 슬롯. "24시간 후,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니면 두 분 모두 탈락입니다."
크로노스의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형제는 복도에 홀로 남겨졌다.
파라오 슬롯 갑자기 격렬한 기침을 했다. 그의 손에 검은 피가 묻었다. 더 이상 증상을 숨길 수 없었다.
"흑공병이... 악화됐군." 그가 힘겹게 말파라오 슬롯.
민은 형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파라오 슬롯. "이럴 줄 알았어요.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우리는 이 기회를 놓쳤을 거야." 파라오 슬롯이 말했다.
"무슨 기회요? 서로를 배신하라는 기회?" 민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파라오 슬롯 한동안 침묵했다. "어떡할 거야?" 그가 마침내 물었다.
민은 한숨을 쉬었다. "방법을 찾아보죠. 둘 다 통과할 방법이 있을 거예요."
파라오 슬롯 동생을 바라보았다. 민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정말로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날 밤, 파라오 슬롯 잠을 이루지 못했다. 끊임없이 기침이 나왔고, 숨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귀족구역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흑공 구름 위의 삶, 더 이상 오염된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되는 삶, 첨단 의료 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삶. 그 꿈이 그토록 가까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민의 얼굴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는 민을 돌봐왔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민 없이 귀족이 된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는 곧 흑공병으로 죽을 것이고 민은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아침이 밝았을 때, 파라오 슬롯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그의 가슴을 무겁게 했지만, 그는 이미 길을 선택했다.
24시간이 지났다. 크로노스가 다시 나타났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결정을 내렸습니까?"
파라오 슬롯과 민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민의 눈에는 형을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네가 가." 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이 항상 더 원했잖아. 게다가... 형은 치료가 필요해."
파라오 슬롯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동생은 자신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파라오 슬롯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 오래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민을 돌봐온 시간들,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 서로를 의지해온 날들.
그러나 동시에, 귀족구역의 첨탑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빈민구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 이번뿐일지도 모를 기회. 그리고 흑공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자신의 몸.
"결정을 내렸습니까?" 크로노스가 재촉파라오 슬롯.
파라오 슬롯 호흡 곤란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민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형!" 민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파라오 슬롯. "괜찮아요?"
파라오 슬롯 고개를 들어 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 말은 파라오 슬롯의 입에서 나왔지만,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는 자신이 방금 한 말이 믿기지 않았다.
민의 눈이 커졌다. 그는 형이 자신을 위해 기회를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라오 슬롯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크로노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유와 생존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어떤 선택도 할 수 있죠."
"형..." 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미안해, 민아." 파라오 슬롯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난 항상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대로라면 나는 곧 죽을 거야. 흑공병이 이미 너무 진행됐어."
크로노스가 문 하나를 열었다. "파라오 슬롯 씨, 이쪽으로 오십시오."
파라오 슬롯 마지막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민의 눈에는 배신감과 상처가 가득했다. 그 얼굴이 이혁의 마음에 새겨졌다.
"행운을 빌게, 형." 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파라오 슬롯. 그 목소리에는 증오보다 깊은 실망이 담겨 있었다. "부디 원하는 걸 얻길 바라."
파라오 슬롯 아무 말 없이 크로노스가 가리킨 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동생과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파라오 슬롯 첨탑의 최상층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장엄했다. 리버힐 전체가 발아래 펼쳐졌고, 빈민구역은 먼 흑공 구름 아래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구름 아래에서만 바라봤던 첨탑 내부에 서 있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크로노스가 물었다.
"이게 제가 꿈꿔온 모든 것입니다." 파라오 슬롯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공허함이 묻어났다.
"그저 풍경일 뿐입니다."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진짜 보상은 따로 있습니다."
파라오 슬롯 갑자기 심한 기침을 했다. 검은 피가 손바닥에 묻었다. 크로노스는 그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당신의 병은 꽤 진행되었군요." 그가 말파라오 슬롯. "귀족구역의 의료 기술이라면 충분히 치료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마지막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파라오 슬롯 경계했다. "또 다른 시험입니까?"
"아닙니다." 크로노스가 미소지었다. "이것은 시험이 아닙니다. 그저 귀족이 되기 위한 마지막 의식일 뿐입니다."
크로노스의 손짓에 따라 방의 중앙에 작은 테이블이 나타났다. 그 위에는 복잡한 장치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신기와 흑공을 결합한 최신 기술입니다." 크로노스가 설명파라오 슬롯. "그리고 당신의 병을 치료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파라오 슬롯 장치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가 빈민구역에서 본 어떤 기술보다도 복잡하고 정교해 보였다. 반투명한 금속 표면에 청록색 에너지가 맥동치고 있었다.
"이것을 이식하면 됩니까?"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크로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신체가 이 높은 수준의 기술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시험 참가자가 이 단계를 통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크로노스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파라오 슬롯 장치를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는 이미 모든 것을 걸었다. 동생까지 배신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이미 흑공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시작하겠습니다." 파라오 슬롯이 단호하게 말했다.
크로노스의 지시에 따라 파라오 슬롯 장치를 자신의 왼쪽 가슴에 올려놓았다. 장치가 활성화되자 날카로운 통증이 몸을 관통했다. 파라오 슬롯 비명을 질렀지만, 크로노스는 무표정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견뎌내십시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파라오 슬롯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의식을 잃기 직전, 크로노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청률이 상당하군요."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파라오 슬롯 혼란스러웠다. "무슨... 말씀이신지..."
크로노스의 홀로그램 주변으로 갑자기 수십 개의 작은 화면이 나타났다. 각 화면에는 다양한 시점에서 촬영된 파라오 슬롯과 민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만남, 시험들,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당신들이 진짜 목적을 알았다고 생각했겠지요," 크로노스가 말파라오 슬롯. "'살롱즈의 사다리'가 리얼리티 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진실에 불과했습니다."
파라오 슬롯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그럼... 진짜 목적은..."
"저는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의 수석 프로듀서이자, 대사국의 행동심리학 연구소 책임자입니다." 크로노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우리는 '살롱즈의 사다리'를 통해 인간의 한계점을 연구합니다. 특히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 관계의 깨짐과 재형성 과정을요. 당신과 민은 수백 쌍의 형제 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파라오 슬롯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가슴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방송은 그저 수익 창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진짜 가치는 인간 행동의 예측 모델을 완성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형제를 배신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인간 충성심의 한계치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었어요.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라오 슬롯 씨."
"그럼... 민은..." 파라오 슬롯이 힘겹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민 씨는 안전합니다." 크로노스가 대답파라오 슬롯. "사실, 그는 당신보다 훨씬 빨리 진실의 일부를 간파했습니다. 우리가 그에게 다음 단계 참여를 제안했을 때, 그는 단호히 거절했죠.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파라오 슬롯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후회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는 동생을 배신했지만, 사실 크로노스와 시스템에 의해 자신도 배신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병에 관해서," 크로노스가 계속파라오 슬롯. "우리는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귀족구역 의료진이 당신의 흑공병을 치료할 것입니다. 물론, 그 대가로 당신은 다음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연구의 연속성을 위해서요."
파라오 슬롯의 의식이 흐려졌다. 마지막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배신당한 동생의 눈빛, 그 깊은 실망감. 모든 것이 방송을 위한 연출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달았다.
파라오 슬롯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빈민구역의 쓰레기와 흑공이 뒤섞인 냄새였다. 그러나 그가 누워 있는 곳은 병원 침대였다. 기초적인 시설이었지만, 분명 의료 시설이었다. 가슴의 통증은 사라졌고, 호흡도 한결 편해졌다.
"결국 살아 돌아왔군."
파라오 슬롯 고개를 들었다. 병실 문가에 민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전과 달리 차갑고 무표정했다.
"민아..." 파라오 슬롯이 힘겹게 불렀다.
민은 대답 없이 파라오 슬롯을 내려다보았다. "형은 어떻게 다시 여기로 왔어? 귀족이 되지 않은 거야?"
파라오 슬롯 고개를 저었다. "전부 방송이었어. '살롱즈의 사다리'라는 프로그램. 크로노스는 프로듀서였고, 우리는 그저... 출연자였던 거야."
민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형제 하나 버리고 TV 스타 됐는데, 시즌이 끝나니 널 버리네."
파라오 슬롯 그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정당한 비난이었다.
"네가 날 버렸을 때, 크로노스의 스태프가 나를 찾아왔어." 민이 계속해서 말파라오 슬롯.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상처가 느껴졌다. "나에게 설명해줬지. 이게 다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그리고 형이 날 배신한 장면이 이번 시즌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파라오 슬롯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나에게도 제안했어." 민이 계속파라오 슬롯. "다음 시즌에 복수의 주인공으로 나오라고. 시청률 보장이라며."
파라오 슬롯 놀라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거절했어." 민이 차갑게 대답파라오 슬롯.
"왜?"
민은 한참 동안 형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상처, 그리고 작은 연민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쓰레기로 봐." 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빈민구역 사람들의 고통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거야. 하루 종일 흑공 속에서 일하고 돌아온 귀족들이 안전한 첨탑에서 우리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며 웃는 거지."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겠지." 파라오 슬롯이 쓰게 웃었다.
"그야 계급 상승의 희망을 파는 거니까." 민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빈민구역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에게 거짓 희망을 팔아 시청률을 올리는 거야."
민은 파라오 슬롯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이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크로노스가 형을 놓아준 이유를 알아? 병원으로 보낸 이유를?"
파라오 슬롯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다음 시즌에도 형을 이용하려고 해. '패자의 귀환'이라는 컨셉으로." 민이 비웃었다. "귀족들은 빈민구역 사람들이 몸부림치는 걸 보는 걸 즐길 뿐이야. 영원히 계급 상승은 없어. 그저 더 많은 오락거리를 제공할 뿐이지."
파라오 슬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가슴에는 더 이상 통증이 없었다. 그들이 적어도 흑공병은 치료해준 모양이었다.
"내가... 실수했어." 파라오 슬롯이 천천히 말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어."
민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형이 방송에서 날 버릴 때, 그 표정이 진짜라는 걸 알았어." 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기가 아니었어. 형은 정말로 날 버리고 올라가고 싶었던 거야."
파라오 슬롯 부정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의 선택은 진심이었다.
"미안해..." 파라오 슬롯이 울먹였다. "정말 미안해, 민아."
민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얼굴을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네가 날 배신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민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알아." 파라오 슬롯이 대답했다. "그래서 더 미안해."
"용서받기는 글렀어." 민이 냉정하게 말파라오 슬롯. "하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네가 내 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민이 마침내 말파라오 슬롯.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파라오 슬롯 동생의 말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배신했지만, 민은 여전히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이혁이 깨달은 가장 소중한 교훈이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민은 한참을 생각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어."
파라오 슬롯 조심스럽게 병실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의 왼팔에 이식된 신기는 여전히 푸른 빛을 내뿜었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었다. 더 이상 계급 상승의 열쇠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천재 기술자 님?" 민이 약간의 비꼼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파라오 슬롯 병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흑공 구름을 바라보았다. 구름 너머로 첨탑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곳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더 이상 그를 유혹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파라오 슬롯이 대답했다. "크로노스 같은 자들은 우리의 고통을 오락거리로 만들지만, 우리는 그들의 게임에 놀아나지 않을 거야.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거야."
민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형다워."
빈민구역의 한 임시 시설에서, 파라오 슬롯과 민은 작은 장치를 완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파라오 슬롯의 기술과 민의 전략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이게 정말 작동할까?" 파라오 슬롯이 의구심을 표했다.
민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의 방송 신호를 분석했어. 이 장치면 그들의 통신망에 침투할 수 있을 거야."
파라오 슬롯 작은 금속 상자를 들어올렸다. "이걸로 뭘 하려는 거야?"
"진실을 알리려고 해." 민의 눈에 결의가 담겼다. "귀족들에게 '살롱즈의 사다리'가 얼마나 잔인한 프로그램인지, 그들이 즐기는 오락이 실제 사람들의 고통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파라오 슬롯의 얼굴에 의심이 어렸다. "귀족들이 그걸 신경 쓸 것 같아?"
"모두가 아닐지라도, 일부는 그럴 거야." 민이 대답파라오 슬롯.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빈민구역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거야. 더 이상 거짓 희망에 속지 않도록."
파라오 슬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게임이네."
"형이 크로노스의 게임에 참여한 것보다는 덜 위험할 거야." 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파라오 슬롯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였다. "시작하자."
그들이 장치를 작동시키자 푸른 빛이 주변을 밝혔다. 첨탑 최상층의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모니터 화면에 경고 신호가 울렸다. 미묘한 표정 변화가 크로노스의 금속성 얼굴에 나타났다.
"흥미롭군." 크로노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군. 이걸 다음 시즌 스토리라인에 넣어볼까?"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만약 '살롱즈의 사다리'의 진실이 공개된다면, 그의 인기 프로그램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
리버힐 전역의 스크린에 갑자기 파라오 슬롯과 민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살롱즈의 사다리'의 진실, 그 잔인한 실체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귀족구역에서는 처음에 웃음이 일었다. 또 하나의 오락거리라고 생각파라오 슬롯. 누군가의 새로운 연출. 하지만 점점 더 많은 화면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파라오 슬롯. 귀족들의 웃음이 멈췄다. 그들이 즐겨보던 프로그램의 이면에는 진짜 고통이 있었다. 개중에는 '살롱즈의 사다리'를 좋아했던 이들도 있었고, 무관심했던 이들도 있었다. 이제 그들 얼굴에는 충격, 죄책감, 부인, 분노가 뒤섞였다.
빈민구역에서는 분노의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분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각성이었다. 자신들이 항상 거짓 희망에 매달려 왔다는 깨달음. 한 사람이, 두 사람이, 열 사람이 스크린 앞에 모여들었다. 백 명이 되고, 천 명이 되었다. 침묵한 이들, 소리 지른 이들, 통곡한 이들.
〈쓰레기 귀족 망해라〉 〈11구역 자치위 소집〉 〈흑공병 진료소 긴급 설립〉
메시지가 벽에 쓰여졌다. 처음에는 흑공 구역의 한쪽 벽에, 그리고 다른 벽에, 또 다른 벽에. 빈민들의 분노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파라오 슬롯.
. .
[단절]
. .
뜨거웠던 분노는 서서히 식기 시작파라오 슬롯. 크로노스가 사라지나 싶었지만 대신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파라오 슬롯. '불타는 사다리'라는 이름의 리얼리티 쇼.
"빈민들의 반란을 담은 가장 뜨거운 엔터테인먼트!" "실제 시위현장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최후의 생존자에게는 궁정구행 기회가!"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다시 상승파라오 슬롯. 그들은 저항마저 오락으로 만들어버렸다. 투쟁의 최전선에 있던 이들 중 일부는 고액의 출연료를 위해 '불타는 사다리'의 출연자가 되었다. 진짜 분노와 가짜 분노의 경계가 흐려졌다. 시위는 점점 더 과격해졌지만, 동시에 점점 더 쇼에 가까워졌다.
"오늘의 불타는 현장, 7구역 정화시설 점거 농성!" "최고 시청률 기록, 흑공병 환자들의 눈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진짜 변화가 조용히 일어나고 있었다. 비즈니스구와 서민구에서는 '살롱즈의 사다리'와 '불타는 사다리'의 시청률이 눈에 띄게 하락파라오 슬롯. 고위 귀족들이 모인 궁정구에서는 크로노스의 "저급한 오락거리"를 비웃기 시작파라오 슬롯.
"저런 쇼는 이제 식상해." "빈민들의 고통으로 돈벌이라니, 너무 천박해." "우린 더 세련된 방식으로 통제해야 해."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 창을 통해 바라본 도시는 이전과 달랐다. 흑공 구름이 옅어진 게 아니었다. 구름 안에서 빛이 났다. 구름 아래서, 숨어 있던 빛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파라오 슬롯.
크로노스는 첨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홀로그램이 깜박였다. 모니터 하나가, 둘이, 그리고 모든 화면이 꺼졌다. 갑자기 그의 사무실로 다른 귀족들의 홀로그램이 나타나기 시작파라오 슬롯.
"이게 다 무슨 소란이오, 크로노스?" "주가가 60%나 떨어졌다!" "이런 소동을 어떻게 수습할 거요?"
크로노스의 홀로그램은 미세하게 깜박였다. "염려 마십시오. 이것은 그저 일시적인 소동일 뿐입니다. '불타는 사다리'는 그들의 에너지를 소진시킬 것이고, 우리의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금속성 목소리에는 이전에 없던 불안이 묻어 있었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 .
[분할]
. .
흑공 속의 일기장 #37 리버힐 시간 기준 2089.11.03
오늘은 형과 함께 옛 창고를 방문파라오 슬롯. 우리가 처음 만들었던 흑공 필터의 잔해가 아직 남아있었다. 이제는 더 발전된 모델이 세 개나 작동 중이다. 이번 주에 7구역의 흑공 농도가 12% 줄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형의 흑공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새 치료법 덕분에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는다. 형은 요즘 11구역 의료센터에서 다른 환자들을 돕고 있다. 그가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흑공 구름 위의 세계를 바라보는 대신, 이제 그는 자신의 발 아래를 본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살롱즈의 사다리'와 '불타는 사다리'의 흥행은 식었다. 우리의 폭로 이후, 그들은 우리의 투쟁마저 상품화하려 파라오 슬롯. 잠시 혼란스러웠다. 몇몇은 출연료에 현혹되어 진짜 투쟁과 가짜 투쟁 사이에서 방황파라오 슬롯.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진짜 변화는 화려한 쇼가 아니라 조용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크로노스 엔터테인먼트는 쇠락하고 있다. 하지만 리버힐의 계급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 흑공 구름은 여전히 도시를 가르고, 첨탑은 여전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변화는 느리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리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오락거리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기 시작파라오 슬롯.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파라오 슬롯. 함께 호흡하고, 함께 꿈꾸기 시작파라오 슬롯.
빈민구역의 벽에 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기계 귀족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이 문장을 처음 쓴 것은 형이었다. 이제 이 문장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되었다.
. .
[수렴]
. .
72일 후, 흑공 구름은 여전히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11구역에서는 대형 흑공 정화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파라오 슬롯. 9구역에서는 자치의회가 첫 회의를 열었다. 리버힐 전역에서, 빈민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파라오 슬롯.
파라오 슬롯과 민은 창고 옥상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흑공 구름이 여전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 사이로 희미하게 별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것은 작지만 분명한 희망의 빛이었다.
"있잖아," 민이 말했다. "요즘 꿈을 꿔." "어떤 꿈?" 파라오 슬롯이 물었다. "흑공이 모두 사라진 리버힐. 우리가 귀족이 되는 게 아니라, 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세상."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 "모르겠어. 어쩌면 우리 생전에는 볼 수 없을지도. 하지만..."
민은 말을 멈추고 형의 눈을 바라보았다. 파라오 슬롯 이제 다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흑공병으로 인해 왼쪽 눈은 희미한 청색으로 빛났다. 그것은 그가 치른 대가의 흔적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이미 작은 승리를 얻었어." 파라오 슬롯이 민의 말을 이었다.
"어떤 승리?" 민이 물었다.
"우리는 '살롱즈의 사다리'에서 졌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지." 파라오 슬롯이 설명했다. "진정한 자유는 서로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맞서 싸우는 데 있다는 걸."
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만든 '불타는 사다리'에도 넘어가지 않았지."
"그들은 우리의 분노마저 쇼로 만들려 했어." 파라오 슬롯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바로 가장 시니컬한 부분이었지."
기침이 파라오 슬롯을 덮쳤다. 검은 가래가 그의 손에 묻었다. 흑공병의 흔적이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닦았다. 아픔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형제 하나 버리고 TV 스타 되려다가 결국 시즌이 끝나 버려졌네." 파라오 슬롯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해."
민은 형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진짜 중요한 걸 알게 됐잖아."
파라오 슬롯 미소지었다. 그는 더 이상 첨탑을 동경하지 않았다. 이제 그의 눈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진정한 가치는 그곳에 있었다.
구름 아래서, 별을 볼 수 없어도,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되어 어둠을 밝힌다. 귀족의 첨탑이 우리를 내려다보아도, 우리의 발은 이 땅을 딛고 서 있다.
이것은 파라오 슬롯이 쓴 시였다. 민은 형이 시를 쓰는 줄 몰랐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흑공병으로 죽어가는 형이, 자신을 배신했던 형이, 이제는 시를 쓴다. 그리고 민은 자신도 변했음을 안다. 더 이상 모든 것을 계산하고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제 그는 꿈을 꾼다.
어두운 구름 사이로 더 많은 별빛이 새어 들어왔다. 마치 우주도 그들의 작은 깨달음에 공감하는 것 같았다. 파라오 슬롯과 민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기계 귀족의 몰락을 통해 얻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그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끝.
© 2025 WhtDrg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