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슬롯 씨앗을 뿌렸다
Festina Lente를 보내고 화양연화를 위한 최선의 시간
2024년도 지나간다
올 해는 정말로 시간이 빨리 갔다.인생에 있어서 빅 이벤트인 일들이 정말 한 번에 몰아치듯 몰려왔기 때문이다. 1월 더쌀063 1차 생산 10 ton, 2월 프러포즈, 3월 크라우드 펀딩, 4월 슬롯공식론칭, 5월 결혼, 6월 개인 사업 마트 정리, 7월 임신, 8월 경영전략 수정 및 마케팅 전략 수정실행,9월 주요 로컬 축제 후원, 10월 2차 생산 10 ton, 12월 퍼포먼스 마케팅 리세팅까지. 정말로 숨 가쁜 한 해였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
올해 가장 큰 이벤트 중에 하나는 결혼이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결혼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미소를 가지고 있고, 함께 하면 항상 즐겁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삶에 감사할 줄 아는 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이 사람과 결혼한다면,무겁기만 한 부담과 책임감에 짖눌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둘이 함께 더 단단히 수슬롯 도전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삶에 대한 방황이 명확한 두 사람이 만나 점점 더 그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나는 내가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만나고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같은 포인트에 함께 웃고, 때로는 서로에게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배우자가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결혼이란 걸 해보고, 그리고 또 함께 살아보니슬롯는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더 슬롯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매일이 행복의 연속이다.
감사하게도 결혼 이후 축복이 빠르게 찾아왔다. 살면서 결혼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아이를 갖는다는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카는 있었지만, 동생과 떨어져 살았으니 임신의 과정이 어떤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렇게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임신의 과정을 거치며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건지 조금씩 상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나의 부모님, 그리고 나의 새로운 부모님 in law와의 관계도 새롭게 느껴졌다. 슬롯를 어떤 마음으로 기르셨을지, 또 슬롯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고 계셨는지 이제야 깨닫게 됐다. 임신26주를지나고있는이 시점에도 이미 세상이 많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새롭게 열릴 육아의 세계가 많이 걱정도 되지만, 또 내년에는 아이와 함께 슬롯 부부가 맞이할 미래가 기대되고설레기도 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언제까지 처맞아야 할까
프리미엄 쌀음료 더쌀063은 텀블벅 프로젝트를 거쳐 4월 정식 론칭했다. 언제나처럼, 나름의 계획은 있었지만 올해도 여지없이 처맞았다ㅎㅎ 항상 계획은 틀어지기 일쑤였고, 세상 일은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어마어마한 파도 앞에서 열심히 헤엄치려고 노력했지만 자본력 약한 초기 슬롯 더쌀063의 론칭 첫 해는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초기에 기획했던 타깃과 주요 판매채널이 전면 변경 됐다. 초기에는 오틀리 같이 카페를 중심으로 한B2B 모델을 전개하는 전략을 기획했으나 실제로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해본결과, 초기 기획이 잘못됐음을 확인했다. 바리스타들에게 '라떼아트'는 슬롯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했고, 쌀을 활용해서 만든 슬롯 제품의 고소한 향이 어떤 바리스타들에게는 원하지 않는 관능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당장의 수익성이 중요한 대부분의 카페들에게초기 브랜드가 제시할 수 있는 판매 가격도 한계가 있었다.
초기 전략이 틀어지다 보니 한동안 많이 방황했다. 슬롯 제품을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에 대해 막막했고, 현재의 이제품으로 충분할까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강하게 처맞았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보니 어차피 어떤 방식으로든 처맞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슬롯가 해야 할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다시 또잽을 던지는 일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그리고 2024년 슬롯는
모든 전략을 원점에 놓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슬롯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새롭게 인터뷰하고, 슬롯 제품을 좋아해 주는 소비자를 찾아내기로 했다. 치열하게 조사한 결과, '아침대용음료'가 새로운 타깃시장으로 떠올랐다.
주요 판매채널을 B2C로 판매 채널을 변경하고, 슬롯 제품이 가지고 있는 아침대용음료로서의 장점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라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여전히 유효했다. 카페의 에스프레소를 사무실의 스틱커피, 그리고 캡슐커피가 대체했다. 이미 실험하면서도 느꼈지만, 꼭 에스프레소가 아니더라도 스틱커피나 캡슐커피로도 충분히 맛있는 더쌀라떼가 된다. 그렇게 B2C 위주의 마케팅 전략으로 다시 기획, 실행했다.
우리는 4월 스마트스토어 론칭 이후 지금까지 38주 연속으로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라이스밀크', '대체유' 등의 키워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슬롯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다.8월에는 대기업신세계에서유사한제품인라이스베이스드를출시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슬롯는 현재까지여전히1위를유지하고있다.
대기업의 라이스밀크 시장 진입은 슬롯에게 기회라고 판단했다.신세계의 진출로 라이스밀크, 쌀 음료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타트업답게 치열하게 일한다면,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면, 오히려 이 기회에 더 슬롯 사람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더쌀063에 대해 알게 될 거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 믿는다.또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이 시장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 한다.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답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슬롯 제품명 더쌀063의 063은 전북의 지역번호 이기도 하지만, 63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품이 출시된 이후 이미실사용자들은 슬롯가 생각지 못했던창의적인 레시피들을 올려주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슬롯는 고객들과 함께 더쌀063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레시피를 제대로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레시피063'이라는 챌린지를 열었다. 그 결과 정말 다양한 레시피들이 모였고, 더쌀더티차이라떼, 더쌀깔루아밀크 등 재밌는 음료 메뉴부터, 심지어는 더쌀 비건 된장찌개, 더쌀 로제 파스타, 더쌀 비건 크럼블 등 아주 창의적인 레시피들이 모였다. 레시피063 챌린지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상품으로 받은 더쌀063에 슬롯가 조금 더 더해 결식아동들에게 기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슬롯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 중 하나인 '다정함'을 실현할 수 있어 뿌듯했다.
시장이 커져가고 있었기에, 우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더 슬롯 기회들을 찾기 시작했다.우리 브랜드 가치 중 하나인 '로컬'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고민하다 보니 우리나라 대표 축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쌀063의 원재료인 프리미엄 쌀품종인 신동진은 일반 쌀알 대비 1.3배 크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찰기가 적고 밥알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밥이 중요한 음식은 '비빔밥'이다 그리고 비빔밥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모두가 알다시피 '전주'다. 신기하게도 '전주비빔밥'으로 만들기 가장 좋은 쌀 품종으로 '신동진'이 뽑힌 적이 있다. 신동진 쌀이라는 기막힌 인연으로 전주의 대표축제 비빔밥축제와 협업을 성사시켰다.
전주는 슬롯의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옥마을과 경기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주문화유산야행은 참여형 이벤트로 젊은 세대에게 전통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는 것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 슬롯 더쌀063은 슬롯나라에서 가장 전통적인 식재료인 쌀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인 라이스밀크로 해석한다는 데서 접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통과 현대의 연결'이라는 포인트로 협업이 성사시켰다.
슬롯는 좋은 로컬브랜드란 로컬의 매력을 듬뿍 담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시작한 브랜드라고 해서 전북에만 머무를 이유는 없다. 전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브랜드, 더 나아가서는 세계로 뻗어나가며 슬롯나라 로컬의 매력을 전달하는 브랜드가 꿈이다. 때마침 슬롯와 비슷한 꿈을 꾸는 전국의 로컬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는로컬 슬롯 포럼(LBF, Local Brand Forum)이부산 영도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력적인 로컬을 고민하는 슬롯 브랜드들과 함께 그 꿈을 나누는 자리에서 함께할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11,307병 스마트스토어 평점 최근 6개월 4.83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만난 큰 조직들과의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올 한 해는 굉장히 슬롯 씨를 뿌린 한 해였다. 그늘이 필요하다고 오늘 나무를 심을 수 없다. 올 한 해 씨를 열심히 뿌려놨으니내년에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리고 '좋은 슬롯'란 무엇인가
더쌀063은 나름대로 멋있는 로컬 슬롯를 만들어 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였다.평생을 노슬롯로 살아왔던 나였기에 무엇이 '슬롯를 슬롯답게' 만드는지, 무엇이 정말로 '좋은 슬롯'인지 사실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더쌀063을 준비하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슬롯를 계속해서 공부해 오며 이제야 조금씩 나만의 답이 명확히 서는 기분이 든다.
내게 있어서 슬롯란 단순히 상표, 로고 혹은 그럴싸한 디자인 그 이상이며, '있어보이니즘'을 위한 무언가가 아니다. 슬롯 계의 구루 조수용 대표는 슬롯를'나음보다 다름'으로 정의했다. 물론 슬롯란 어떻게 '다른가'를 잘 정의해야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 다름을 정의를 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게 '좋은 슬롯'란 스스로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현재의 그 가치가 도출된 역사와 흐름을 명확히 이해하며 다름을 말하는브랜드다. 슬롯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정확히 무엇인지 언어로 정리할 수 있고, 또 그 가치가 실현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규정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 길을 걸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좋은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다. 수슬롯 '있어보이니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슬롯 자본이 투여돼야 하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 과정이 절대로 쉽지는 않으나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이 과정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
과거 내가 썼던 글(네모난 토토 사이트 바카라의 자전거는 앞으로)에서 말했듯 나는'경기장의 투사(Man in the Arena)'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관객석에 앉아서 뭐가 어떻다 저떻다 평하는비평가가 아니라피를 흘릴고 살이 찢기는 위험이 있을지라도 경기장에 나선 투사가 되고 싶다. 비록 어쩌면 처참히 패배하는 날이 있을지라도, 그럴싸한 말만 늘어놓는 비평가가 되어 살기보다는 오히려 투사로서 죽기를 바란다.
어깨가 무겁다. 숙제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올해 읽었던 구절 중에 기억에 남는 구절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라는 구절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는지 보다 얼마나 더 배울 수 있는지, 또 실행할 수 있는지가 더 목마른 사람이다. 죽기 직전 내가 벌지 못한 돈보다는 내가 배우지 못한 무언가를 그리고 그걸 실제로 실현하지 못한 것을 더 아쉬워할 인간이다.
어쩌면 슬롯를 가장 슬롯답게 만드는 것은 '꿈을 이루는 과정'일지도 모른다.슬롯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면, 어렵고 고통스러운 자갈길이더라도 슬롯는 결국 고통을 무릅쓰고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올해는함께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새로운 아기도 곧 찾아온다. 슬롯는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무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도 많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어깨는 무겁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루하루가 흔들리는 불안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더 슬롯 것들을 배우고 있다.
2024년 Festina Lente(천천히 서두르라)를 화두로 삼고 살았다. 너무 천천히 여유 부렸다.
어깨가 무겁고, 숙제가 많으니 다시 한번 가열차게 달려보자. 2025년 슬롯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