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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코지마 히데오의 PS4 게임 [데스 스트랜딩]을 열심히 하고 있다. 역무지개와 함께 시작되는 비를 게임 속에서는 '타임폴'이라 부른다. 빗방울이 지면으로 떨어져 처음 접촉하는 것은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과 같은 생물은 물론, 각종 기계나 건물, 작 중 가장 중요한 소재인 화물도 마찬가지이다. 코지마 히데오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헤 생애주기가 짧은 잡초들을 활용한다. 잡초 위에 타임폴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자라고 죽는다.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에서 등장하는 사슴신의 발걸음은 타임폴과 같은 효과로 묘사된다. 사슴신의 발걸음이 닿은 곳의 풀들은 빠르게 자라고 시들어 죽는다. <원령공주 후반부에는 사슴신의 잘린 목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가 그러한 역할을 한다. 사슴신의 피가 닿은 모든 생명체는 빠르게 노화되어 죽는다. 그 피는 '문명'을 가로지르며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자연마저 황폐화시킨다. 사슴신의 몸에서 솟구쳐 기이한 형상으로 걸어다니는 거대한 온라인 바카라덩어리는 이내 하늘을 점령하고 지표면의 생명체들을 향해 손길을 뻗는다.타임폴과 사슴신의 피는 모두 온라인 바카라이다.


2. 액체, 특히 물은 생명의 상징으로 다뤄진다. 청명한 푸른색의 물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각예술에서 그러한 상징으로 다뤄졌다. 유아사 마사아키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를 떠올려보자. 햇빛에 닿으면 화상을 입고 죽게 되는 인어인 루는 바다에서 살고 물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물은 인어들의 생명의 근원이자 힘이다. 루가 그 힘으로 카이와 친구들을 수차례 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동시에 해안가 마을로 밀려오는 해일은 더이상 생명이 아니다. 침수된 마을은 곧 폐허이다. 생명과 죽음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은 '물'이라는 이미지, '액체' 이미지의 핵심이다. 고정되지 않고 흐르는 액체들은 온라인 바카라 내 운동을 추동하고, 형상을 기록하는 복제예술인 온라인 바카라에 고정되지 않는 형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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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병규 평론가는 [액체적 온라인 바카라에 관하여]에서 '액체적'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사용한다. "21세기의 몇몇 온라인 바카라들이 지향하곤 하는 공간적 감각에 대한 은유이다. 선형적인 서사의 질서와 일관된 구조의 체계는 액체적 현상에 의해 허물어진다. 액체성의 침범은 눈앞에 펼쳐진 화면 내부의 고정점을 무너뜨리고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강렬하게 암시한다. 액체적 공간이 눈에 비치지 않는 외부, 다름 아닌 프레임 바깥의 세계를 유입하는 경로로 기능하는 것이다." 여기서 [데스 스트랜딩]과 <원령공주, 그리고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를 관통하는 의문이 생긴다. 세 작품은 대체로 액체를 생명과 죽음의 이분법 안에서 다루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에서 결국 생명의 영역을 점유하는 <원령공주와는 다르게, [데스 스트랜딩]과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이분법의 경계를 담아내려 하고 있다.[데스 스트랜딩]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며 발생하는 '보이드 아웃'현상은 대량의 타르가 흘러나오면서 발생한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에서 루가 다루는 물은 하필이면 직육면체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다. [데스 스트랜딩]이 그 경계 자체를 액체로 시각화한다면,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고정된 생명의 세계(지표면, 해안가 마을)에 고체적 형상으로 변형된 액체를 밀어 넣음으로써 경계를 흐린다. <겨울왕국2에서 엘사가 에렌델로 밀려오는 해일을 얼음으로 가볍게 막아버린 것을 생각하면, 일본에서제작된작품이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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