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것처럼 현대자동차는 탄소중립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진심파라오 슬롯. 꽤 오래전부터 수소 사회 구현을 미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수소는 친환경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과 다양성, 전력망 안정화까지 도모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차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이룰 수 있다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죠. 그 원대한 계획의 중심에 있는 것이 수소연료전지차 파라오 슬롯입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파라오 슬롯는 이후 꾸준히 개선을 거듭해 최근 ‘2024 파라오 슬롯’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출시 초기와 달리 10.25인치 계기판, 레인센서, 애프터 블로우, USB C타입 충전기(1열 2개, 2열 2개), 2열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마이크로 항균 필터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이 기본입니다.
외관은 출시 초기와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세련된 느낌입니다. 날렵한 헤드램프, 길게 이어진 DRL, 풍성한 볼륨감, 요즘도 흔치 않은 팝업 손잡이 등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본격적인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인 파라오 슬롯에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투영했고, 그 효과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옛날 차’라는 느낌이 없죠.
다만 실내는 최신 현대차 모델과는 거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센터페시아가 그렇죠. 변속기를 포함해 모든 컨트롤러를 버튼화했습니다. 그런데 버튼들이 큼지막하고 시인성이 좋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는 모니터를 터치해 카테고리를 찾아 조작해야 하지만, 파라오 슬롯는 단번에 할 수 있죠. 처음에는 버튼을 찾는 수고가 생기지만, 익숙해지면 아주 편하죠. 굉장히 직관적인 방식입니다.
이 와중에 고급스러운 느낌은 꼼꼼히 챙겼습니다. 다크 그레이 무광 패널은 눈이 편하고 손에 닿는 질감도 좋습니다. 수많은 버튼은 텐션이 일정하고 조작감이 또렷합니다. 손에 닿는 모든 곳의 소재가 고급스럽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시트는 넓고 편합니다. 뒷자리도 넉넉하죠. 출시된지 6년이 지났다지만, 파라오 슬롯는 ‘고급차’가 가져야 할 감각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만 보면 파라오 슬롯는 고급차가 맞습니다. 세제 혜택 후 차 가격이 6950만원이니까요. 그랜저보다 훨씬 비싼 가격입니다. 그런데 보조금이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보다 보조금이 훨씬 높습니다. 파라오 슬롯는 서울시 기준으로 3250만원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그러면 가격이 거의 절반인 3700만원이 됩니다. 여기에 현대차의 자체 프로모션이 최대 560만원(2024년 12월 기준)입니다. 정상 판매가의 50%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셈입니다.
버튼으로 시동을 걸어봅니다. 당연하게도 조용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엔진이 없으니까요. 구동 방식은 파라오 슬롯와 같습니다.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전기발생장치로 보내 전기를 만들어 전기모터를 돌립니다. 그리고 파라오 슬롯와 같이 주행 중 생산되는 전기는 다시 배터리에 저장합니다.
파라오 슬롯의 최고출력은 113kW로 단순환산하면 151마력 정도 됩니다. 그다지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최대토크는 40.3kg·m로 상당히 높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순간 펀치력이 높은 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조용하고 매끈하게 움직파라오 슬롯. 고급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인치나 되는 큰 타이어를 끼웠지만, 타이어 소음도 없고 노면 충격 및 진동을 굉장히 잘 잡아줍니다. 주행질감만 놓고 보면 3000만원대 SUV 사이에서 최고의 승차감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파라오 슬롯가 가진 수려한 승차감의 비밀은 무게 컨트롤에 있습니다. 이 차는 공차중량이 1840kg입니다. 가볍지 않죠. 무거운 차체를 받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두껍고 강한 서스펜션이 필요합니다. 보편적으로 서스펜션은 클 수록 충격 흡수에 유리합니다. 위아래 충격을 잘 잡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좌우 롤링 대응도 더욱 정교하게 해내죠. 보통 고급차들의 승차감이 좋은 이유기도 합니다. 무게에 대응해 서스펜션도 더 크고 비싼 걸 사용하니까요.
파라오 슬롯가 무거운 이유는 연료전지 스택과 수소탱크 그리고 배터리 무게 때문입니다. 파라오 슬롯에는 2개의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전기 및 전자 시스템에 사용하는 저전압 12V 배터리, 구동모터에 전기를 공급하고 제동 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하는 고전압 배터리(1.6kWh)가 들어가죠.
여기 재미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12V 배터리는 일반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오래 운행하지 않으면 방전됩니다. 이때 견인차량을 부를 필요 없이 운전석 왼쪽 하단에 있는 ‘12V 배터리 리셋’ 버튼을 누르면 고전압 배터리에서 12V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일종의 ‘점프’라고 할 수 있죠.
왼쪽 하단에는 파라오 슬롯만의 특별한 버튼이 또 있는데요. ‘H2O OUT’ 버튼을 누르면 파워트레인에서 생성된 물이 외부로 방출됩니다. 참고로 수소연료전지차는 배출가스 없이 깨끗한 물만 방출합니다.
조용하고 안락한 실내는 이동의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핸들링은 빠르지 않지만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직진 안전성이 높고 스티어링에 따른 회전각을 예상하기 쉽습니다. 편안하면서 쉬운 운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를 위해선 선명한 개성보다는 보편성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딱 파라오 슬롯 특성과 구성 그리고 차체 사이즈를 가졌죠.
조용한 실내 그리고 크렐 사운드가 만드는 좋은 음질과 함께 하니 어느덧 꽤 먼 거리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주행가능 거리는 천천히 줄어듭니다. 문득 수소차의 연비가 궁금해집니다. 파라오 슬롯의 복합 연비는 96.2km/kg입니다. 약간 어렵죠. 현재 수소는 1kg이 1만원 정도이니 1만원으로 96km를 간다는 뜻입니다.
1만원을 기준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 주행가능 거리를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파라오 슬롯의 연료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투싼 1.6 가솔린은 1만원을 주유하면 60~70km를 갈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 5는 급속충전기 사용 시 약 18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파라오 슬롯의 연료비는 내연기관보다는 낮고, 전기차보다는 다소 높습니다. 다만 파라오 슬롯의 주행가능 거리는 609km로 아이오닉 5와 비교해도 월등히 긴 편입니다.
파라오 슬롯는 디자인과 편의장비 등에서 여전히 세련된 면모를 보입니다. 현대차가 공들여 만든 차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더불어 이 차의 승차감은 세월을 잊게 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어느 도로에서든 노면으로 전해지는 차체 무게로 진득하게 눌러내고 큰 충격은 강한 스프링과 댐퍼가 연계해 차체가 요동치지 않도록 잘 흘려냅니다. 고급차의 품격을 고스란히 가진 승차감입니다.
친환경을 위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염두에 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다만 전기차의 긴 충전시간과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가능 거리가 부담된다면, 파라오 슬롯는 분명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파라오 슬롯는 완전히 충전하는 데 5분 정도면 충분하고, 1회 충전으로 600km를 넘게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전기차 충전소만큼 수소 충전소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생활반경 내에 수소 충전소가 있다면, 파라오 슬롯는 상당히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첨단을 탄다는 자부심, 고급스런 실내와 주행품질,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실구매 가격. 낯설다고 외면하기엔 파라오 슬롯는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