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슬롯 머신이 싫다.

이백 여든일곱 번째 글: 어느 날 갑자기 그렇더군요.

1991년에1종 보통면허를 땄습니다.사실 그다지 생각도 없었는데, 친구 녀석이 혼자 슬롯 머신 학원에 다니기가 너무 적적하다고 꼬드기는 바람에넘어가고 말았습니다.아마 두어 달을 다녔던기억이 납니다. 대입 시험을 치자마자 다녔으니 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다녔습니다.따지고 보면 그 녀석이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겁니다. 제가 면허를득하고 얼마 안 있어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했으니까요.


사정은 그렇다고 해도 갓 스무 살에 따놓은해 슬롯 머신면허증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그때만 해도 돈벌이가 없으면 차를 몰지 않는 게 당연시되던 사회였습니다.남들의따가운시선도 시선이지만, 무엇보다도 제자존심이허락하지 않았던 때라 굳이 슬롯 머신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차를 슬롯 머신하기까지 무려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10년 동안 장롱면허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10년 만에드디어자가슬롯 머신을 시작했습니다.결과적으로슬롯 머신했던 그 10년 동안 사고는커녕 그 흔한 딱지 한 번 떼인 적이 없습니다. 글쎄요,나름은모범슬롯 머신자였다고 자부합니다.10년을 무탈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던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그날따라아침에 일어났더니유독슬롯 머신하기가싫더군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그냥 무조건 하기 싫었습니다.싫은데 더는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그렇게 해서 전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핸들을 놓아 버렸습니다.


그렇게결정을내리고 행동에 옮긴지 12년이 흘렀습니다.그날 이후로 지금까지저는단 한 번도, 단 하루도 핸들을 잡은 적이 없습니다. 이만하면 제 고집도 보통은 넘는 것이겠습니다.그 덕에 저는 출퇴근 시간을 제법 저를 위해 알뜰하게 쓰고 있긴 합니다만, 제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보고 상당히 미련스럽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사람이 어찌 그리 융통성이 없냐는 말을 아마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는 게 꽤 불편하긴 해도 이만큼이나 버텼는데, 지금에 와 새삼 다시 슬롯 머신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한은 다시 핸들을 잡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슬롯 머신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