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기존의 가치관이 바뀌는 순간이 때때로 찾아오곤 한다. 마흔을 갓 넘긴 어느 날 나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선택이라고만 여겼던 바카라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마음먹은 김에 바카라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40대가 되니 맞선과 소개팅은 끊기다시피 했고, 부탁하기도 미안한 나이가 돼버렸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나를 주선해야 했다. 나를 확실하게 주선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바카라였다.
그다음으로 동호회, 소개팅 어플이 있었다. 그런데 동호회는 불특정 다수가 대부분이라서 인연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고, 소개팅 어플은 가벼운 목적을 가진 사람이 많아 사람 거르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신분과 목적이 확실한 바카라를 가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결혼이 꼭 하고 싶어서 가는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직 결혼을 위한 결혼이라는 목적성과 계산적인 느낌이 강해서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바카라서도 인연을 못 만나게 된다면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것 같은 두려운 마음도 있어서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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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반응이 대체로 부정적이라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유독 언짢은 댓글이 하나 있었다.
“40대 여자가 바카라 가입하는 건 기부라고 하던데요.”
과장을 좀 보태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었다.
40대 여자는 바카라을 꿈꾸면 안 되는 것인가?
처음에는 익명이라 하는 막말로 보였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면전에 대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을 직설적으로 말한 것 같기도 바카라.
현실적으로 40대는 결혼이 늦은 나이가 맞고, 늦은 만큼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꼭 결혼을 20~30대 결혼적령기에만 하라는 법은 없고, 40대라는 이유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폄하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댓글을 보고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확고하게 결심해서인지 원래 계획대로 최후의 보루였던 바카라 가입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바카라 가입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 나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과 연애 중이다. 이 사람과의 만남부터 연애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있었지만 20대 연인들 못지않게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다.
혹시 40대 여자가 바카라 가입하는 건 기부라고 했던 분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한마디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