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대 깊이 휘돌아 흐르던 용상보트장에는 젊은 청춘들 꽃밭이었고 서로를 팽팽하게 당기던 녹슨 철조망 사이로 사과밭, 포도밭 지천이든 마뜰엔 고층 아파트가 미루나무보다 큰 키로 들어서고 긴 강둑 걸어오던 길섶마다 누군가 흘리고 간 세월을 꿰맞추어 보느라 하얀 기억은 입을 다물고 무게 없는 바람이 발목을 감아 걸을 때마다 사유의 반을 키워준 강변은 하얀 꿈이었다
결린 허리를 펴고 이마를 짚었더니 삐걱거리던 외나무다리가 두둥실 몸무게 낮추어 공간을 채우며 다가오는가 싶더니 벌거숭이로 자맥질 하다가 마셨던 강물이 이제야 코끝으로 싸하게 넘어 온다 긴 꼬리를 잘라 내며 자신을 견디던 새벽아침마다 사는 것을 이해하려 애썼던 어설픈 조숙함은 폭우로 떠내려 갈 때마다 용하게도 나룻배를 찾아오던 뱃사공의 지혜가 궁금하여 길을 나섰다가 고향을 잃었다
성긴 뿌리를 씻어낸 강물은 고향이다
모래톱 깎던 물소리는 마카오 카지노 슬롯 머신이 맞다
사라지는 것들을 견디어내지 못하는 것은 물길인데 작년 봄처럼 목련은 하얀 목을 접어 귀천을 한다
